오피니언

[동십자각] 수출 없는 자유무역지역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공단인 마산자유무역지역이 휘청거리고 있다. 입주업체 가운데 5%가 지난해 단 1달러도 수출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이나 입주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지만 각종 특혜적인 세제혜택을 받는 입주기업들을 바깥에서는 냉소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또 외국인 투자기업은 규정상 수출을 할 의무가 없다고 하겠지만 이도 마찬가지다. 수출전진기지로 조성된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외국인 투자기업이나 국내기업들은 수출을 전제로 한 심사 끝에 입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입주조건은 두 가지다. 외국인이 1억원 이상을 투자하거나 외국인 투자비율이 10%를 넘으면 자유무역지역 입주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 조건이 과연 합당하냐는 점이다. 관리원은 42년 전 외국인 투자기업의 입주조건으로 5,000만원을 설정했고 3년 전에야 겨우 1억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그동안의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금액 1억원은 너무 적다. 이 때문에 만일 국내기업이 외자유치 형식을 빌려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뒤 온갖 세제혜택만 받고 수출을 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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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이런 허점을 악용해 회사 운영은 뒷전으로 하고 불법 재임대를 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관리원 측은 처음 들어올 때 고가로 설비 등의 시설을 했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이사하듯이 옮겨나가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변명치고는 너무 궁색하다.

1일부터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은 구조고도화 사업의 일환으로 자유무역지역 내 노후 공장을 허물고 신축하면서 새로 입주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규정상 입주조건이 부실한 상황이어서 이를 그대로 두고 입주업체를 모집한다면 자유무역지역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수출을 통한 지역경제 기여는 못하고 아까운 혈세만 낭비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가 마산자유무역지역을 고부가가치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려면 차제에 경남도, 창원시와 협의를 통해 자유무역지역 입주조건을 한번 손질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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