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신사회 조장하는 파파라치 남발

우리나라가 ‘파파라치 공화국’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공공기관까지 경쟁적으로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될 예정인 각종 파파라치 제도는 무려 60여건에 이른다. ‘토파라치’(토지), ‘폰파라치’(휴대전화), ‘쓰파라치’(쓰레기), ‘선파라치’(선거)는 물론 심지어 ‘쌀파라치’(수입쌀)까지 등장했다. 포상금도 적은 것은 몇 만원에 지나지 않지만 의료보험 허위청구나 선거범죄처럼 최고 3,000만원에서 5억원이나 되는 경우도 있다.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음지를 시민의 힘으로 정화하겠다는 뜻은 이해가 된다. 또한 고발정신 역시 시민으로서의 높은 자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전주에서 쓰레기 불법투기를 무더기로 신고한 전문 쓰파라치가 나타난 데서 알 수 있듯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시민간 불신 조장은 가장 보편적인 부작용이다. 예컨대 주택 불법전매나 토지거래허가제 위반을 증명하려면 거주와 전입 여부 등을 알기 위해 주민등록등본이나 토지대장 등을 떼봐야 한다. 또한 일회용 봉투나 컵의 불법투기를 신고하려면 몰래카메라로 당사자의 허가 없이 얼굴이나 음성을 촬영해야 한다. 또 다른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셈이다. 월드컵을 의식해 지난 2001년 도입했다가 2003년 폐지된 ‘카파라치’ 제도는 지나친 불신감 조장으로 사라진 대표적인 파파라치 남발 사례다. 따라서 파파라치 제도는 공권력을 최대한 활용한 뒤 마지막으로 도입해야 한다. 낙후된 질서의식과 비현실적인 제도를 그대로 둔 채 불법신고에 대한 포상금으로 불법행위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카파라치를 비롯한 각종 신고제도가 결국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없이 신고포상금 제도를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 공권력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우는 셈이다. 결국 시민이 시민을 감시하는 행정편의적인 파파라치 제도 도입은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민들의 준법정신을 고양시키는 다각적인 노력과 함께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대폭 완화하는 노력도 동시에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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