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택담보대출 기준강화 '후폭풍'

■ 3·30 부동산 후속대책 발표 <br>"대출 빨리받자" 은행 창구 북새통<br>5일부터 시행에 강남등 고가아파트 밀집지역 은행


서울 서초동 H주상복합 62평을 사기 위해 계약금 8,000만원을 치른 김모(38)씨는 오는 6월에 치러야 할 잔금을 치를 방법이 없어졌다. 김씨는 살고 있는 주택을 처분하고 모자라는 금액 2억원은 은행에서 대출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4월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이 같은 계획이 어긋나버렸다. 김씨는 “사방으로 알아봤지만 돈을 융통하기가 쉽지 않다”며 “계약까지 해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3ㆍ30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크게 강화되자 서울 강남 등지의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담보대출이 어렵다는 소식에 계약해지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아울러 투기지역에 집을 사기 위해 마음을 먹었던 사람들이 새 규정 시행 이전에 대출을 받으려고 창구에 몰리는 등 대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상환능력에 중점을 둔 새 대책이 시행되려면 영업일 기준으로 3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 강남ㆍ분당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의 은행 점포에는 담보대출 관련 문의와 대출신청 접수가 이어지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은행들도 본점 차원에서 이미 대출을 추진 중인 상담 건이 민원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자세한 ‘업무지침’을 내려보냈다. 31일 국민은행은 전국 지점에 ‘주택담보부 가계대출제도 변경내용 사전예고’ 공문을 보내 바뀐 내용을 알렸다. 국민은행은 이미 상담 중인 담보대출이나 채무인수에 대해 바뀌는 제도가 적용되기 전인 4일까지 담보평가 시스템에 예약저장을 마칠 것을 안내했다. 또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상담 중인 경우는 3일까지 본부승인 신청을 마치도록 하달했다. 국민은행은 4일 이전에 승인요청이 들어오는 대출신청에 대해서는 최소 1~2일 만에 심사를 마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은행 점포에서도 하루 종일 문의전화와 대출상담이 이어졌다. 특히 서울 강남과 목동ㆍ송파, 경기도 분당 등지의 6억원 이상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은행지점 대부계에는 상담과 대출신청이 빗발쳤다. 하지만 6억원 이상 아파트가 드문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의 경우 한산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황병호 국민은행 한티역지점(서울 강남구) 대출팀장은 “이번 조치를 적용받는지 여부와 5일 이전에 대출신청이 가능한지를 묻는 문의가 가장 많았다”며 “오늘 접수를 미리 예약한 고객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창구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조치로 매매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송재현 우리은행 시범단지지점(분당) 대리는 “계약을 해놓고 은행에 대출신청을 했지만 본부승인이 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파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라며 “이번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 고객들도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강화로 계약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 계약금을 치른 일부 계약자들은 갑자기 축소된 대출로 자칫 아파트 계약금을 날려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서초동 L공인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거래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춰 간간이 있었던 거래마저 끊길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또 “집을 사려는 수요자 대부분이 강남권 내에서 집을 넓히거나 강남권으로 옮겨오려던 사람들”이라며 “당분간 거래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개업소들은 이번 조치로 비강남권에서 강남권으로의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웬만한 강남 일대 30평형대 아파트면 시세가 6억원을 넘는 상황이어서 대출한도 축소 대상에 포함되는데다 최근 강남 집값 급등으로 강남-비강남권간 격차가 커져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담보대출한도가 축소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연소득의 2배까지 대출해주는 ‘전세자금 대출’로 눈을 돌리면 전세 수요 증가로 전세가격이 들썩일 수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서울 대치동 A공인 관계자 “수요자의 상당수는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강남으로 옮겨오려는 것”이라며 “일단 매매가 힘들면 전세로라도 옮겨오려는 사람이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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