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권] 직ㆍ간접 투자 모두 '외화내빈'

외국인직접투자(FDI)의 내용은 한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외형은그럴 듯해 보이지만 속을 보면 알맹이가 없다는 얘기다. 기존 업체, 특히금융업에 대한 지분인수에만 집중돼 있다. 국내경제에 활력을 주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알짜배기 투자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런 투자패턴이 계속된다면 외국자본의 한국금융 점령은 가속화되고 부작용도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직접투자 못지않게 간접투자에서도 외국인의 움직임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 다. 삼성전자 등 우량기업 주식(블루칩) 편식현상이 심화하면서 경영권 방 어 문제와 증시 급등락 가능성 등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직ㆍ간접 투자가 모두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안에는 가시가 자라고 있는 형국이다. ◇외국인투자, 빛 좋은 개살구= 최근 외국인투자는 직ㆍ간접투자 모두 국내경제에 빛을 밝혀주기보다는 그 림자를 드리울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직접투자의 경우 수치상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게 사실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에만 돈이 몰리고 부가가치를 창출하 는 투자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ㆍ4분기를 보면 전체 FDI의 겨우 30% 정도가 공장설립형 투자다. 나 머지는 지분인수를 통해 기존 업체를 사들이는 M&A형이다. 이는 노사관계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우려해 외국인들이 제조업 투자를 꺼리는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의 주종은 은행ㆍ증권 등 금융업 사냥이다. 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8곳 가운데 올해 씨티그룹에 팔린 한미은행을 비롯해 3곳이 외국자본의 손으로 넘어갔다. 국내 은행업에 진출한 외국자본의 지배력은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를 포함해 38.6%에 이르고 있다. 한미은행이 씨티그룹에 매각된 것을 고려하면 4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외환위기를 겪은 말레이시아(19%), 타이(7%)보다 훨씬 높고 남미의볼리비아(36%), 페루(42%)와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업을점령한 셈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 투자나 공장설립형 투자가 부진한 것은 지 난해 정부가 내놓은 캐시그랜트(현금지원제) 도입 등 과감한 외국인투자유 치촉진책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이 여전히 냉담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제2의 SK사태, 증시 급등락 우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오른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외국인은 언제든지 주식을 팔고 떠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대량 물량을 쏟아내면 주가 급락은 불가피하다. 그만큼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은 막강하고 그들에 의지한 주가상승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국내증시에서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의 주식투자 비중 은 97년 말 14.6%에서 지난해 말에는 40%를 넘어섰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트폴리오(주식) 투자, 금융 분야 투자만 증가하는 것은 외국인들이 단기적 수익에 훨씬 관심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며 “‘쏠림 현상’은 국내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국내 우량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도 문제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 기보다 경영권 지키기에 신경을 더 쓴다면 국가경제적으로 큰 낭비이기 때 문이다. 소버린과 SK그룹간 경영권 다툼은 이 같은 부작용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은 정책일관성 유지, 노사관 계 안정성 등을 중요시한다”며 “외국인투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사문제 해결에 힘쓰는 동시에 조세부담을 줄여주는 등 투자여건이 경쟁국보다 낫도록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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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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