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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잘 해 제법 알려진 그룹이 있다. 그룹 이름이 '좋아서 하는 밴드'다.새 앨범 '우리가 계절이라면'을 내놓았다고 해서 재킷을 훑어 봤더니 1집이다. "그 동안 뭘 했길래 이제야 겨우 앨범을 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뷰 요청을 했고,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 온 대답이 "길거리 공연을 하느라고 앨범은 처음"이란다. 사실 이 그룹은 공연장 보다는 거리가 익숙한 친구들이다.
그래서 왜 공연장 공연 보다 길거리 공연을 좋아하는지 또 물었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안복진의 (28)심플한 대답이 돌아왔다.
"공연장 보다는 길거리 공연 수입이 좋아서요.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대관료를 내면 수입이 한 사람당 3만~4만원 밖에 안돼요. 그런데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면 생활할 정도는 되거든요."
셈에 밝은 듯 보이는 이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 같지 않게 논리가 명료했고, 행동거지도 깎듯했다.
거리공연을 주로 하는 이들은 악기도 들고 다니기 편리한 퍼커션(작은 드럼형태의 타악기), 기타, 아코디언을 주로 운용한다.
'인생은 알 수 없어'라는 곡을 쓴 백가영(27)이 "이 곡은 2시간 동안 커피숍에서 만든 곡"이라고 하길래 "반응은 어떻냐"고 물었더니 "멤버들 반응이 좋았다"며"그래서 타이틀로 정했고, 평론가들도 좋은 평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로 공연을 하는 곳은 한강공원, 마로니에 공원 같은 외부 공간과 지방축제 현장 등이다. 홍대 앞에도 자주 간다. 멤버들은 "홍대에 자주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거기에는 인프라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준호(30)는 "거리공연은 우리 팀의 정체성을 확보 하기 위해서 1년 넘게 해왔다"며"클럽에서 제의가 들어 와도 거리 공연 때문에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거리 공연의 수익원은 행인들이 주는 팁이다. CD가 나온 다음에는 CD판매 수입도 짭짤하다.
거리 공연으로 성취할 수 있는 음악의 완성도가 궁금해 "거리에서 하는 음악에 만족하는 지"를 물었다. 거리 공연을 하고 3년 정도 지나니 고민이 되더란다. 그래서 공연장에서 하는 단독공연에서는 드럼ㆍ디지털 피아노 등을 가미해서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이번 정규 앨범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앨범을 들어봤더니 장르가 모호해서,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물었더니 기타를 맡고 있는 손현이 답했다."우리는 그저 자기가 쓴 것은 자기가 불러요. 장르를 따지자면 포크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특정 장르를 정해 놓고 모이지는 않았거든요. 어쿠스틱(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악기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은 있어요. 멤버가 모두 싱어송라이터니까 여러 장르가 섞여 있지요. 그저 가요 전체를 우리가 지향하는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