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뿔났다. 이와 같은 메시지를 자신의 대변인(유민영 한림대 겸임교수)을 통해 기자들에게 뿌렸다. 유 교수는 안 원장 의중을 묻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변인의 말은 곧 안 원장의 말과 같다.
메시지를 받은 뒤 안 원장에게 묻고픈 질문이 생겼다. 먼저 민주당 어느 인사의 어떤 발언이 그에게 상처가 됐는가다. 유 교수는 "특정해서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언론은 "아무 실상도 없는 이미지만 있다"(손학규), "무소속 후보가 국정을 맡는 것은 위험하다"(김두관), "(안 원장에 대한 국민 지지는) 막연하다"(문재인) 등의 발언이 안 원장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추정한다.
민주당과 안 원장은 힘을 합쳐야 하는 사이로도 이해되지만 그 전에 서로를 제쳐야 하는 이중적 관계다. 이 같은 애매모호함 속에서 나온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은 사실상 '상식적 비판' 수준이다. 이 정도를 가지고서 상처 운운하는 건 아예 서로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자는 것처럼 읽힌다.
두 번째 질문은 안 원장이 던진 메시지의 진의는 어디에 있고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다. 진보계 석학인 최장집 교수마저 '무책임하면서 비정상적인 태도'라고 지적할 만큼 안 원장의 계속된 침묵은 당장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을 여전히 안갯속으로 만들고 있다. 국민의 쏟아지는 질문엔 침묵하면서 민주당 인사들의 몇몇 발언엔 대변인을 빌려 단 네 문장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한 진의가 무엇이며, 누구에게 도움을 주고자 함인가.
마지막으로 '서로에 대한 존중이 신뢰를 만든다'는 말도 자못 궁금하다. 안 원장에 대한 상식적 비판ㆍ의문이 정녕 그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며, 그래서 신뢰를 깨는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치고 너무 '순진'한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