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가계부채 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돼 오는 3ㆍ4분기 이후 소비 회복세가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민간소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온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조정됨에 따라 경기가 ‘대한(大寒)을 지나 봄을 맞이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하나경제연구소가 9일 발표한 ‘최근 소비시장 동향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4ㆍ4분기 67.5%로 지난 2002년 2ㆍ4분기 67.0%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02년 4ㆍ4분기 71.8%로 상승하며 정점에 이른 뒤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광우 하나경제연구소 수석책임연구원은 “가계부채 조정과정에서 가장 크게 감소했던 신용카드 결제액이 지난해 2ㆍ4분기까지는 5분기 연속 감소했으나 3ㆍ4분기 5.2% 증가로 반전된 후 계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시장금리가 가계부채 문제가 발생한 2002년 이전보다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가계가 부채수준을 감당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소비가 최근 회복조짐을 보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가계부채 조정이 일단락된 효과로 판단된다는 것. 그는 최근 주가 1,000포인트 돌파와 부동산가격 상승세 등이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으로 ‘부(富)의 효과’를 제공, 내수경기가 다시 침체국면에 빠지는 ‘더블딥(double dipㆍ이중하강)’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최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시중은행장들도 내수회복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은행장들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이 크게 떨어지고 가계부채 및 카드채의 부실 규모와 연체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가계대출과 카드채의 조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민간소비 동향을 반영하는 도소매 판매의 경우 1월 중 전년 대비 3% 감소했으나 경기에 민감한 내구소비재는 11.2%의 증가율을 기록, 3개월째 증가세를 보여 내수가 극심한 침체를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과 유가 급등, 고용악화 개선 등이 민간소비 활성화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