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IT, 고객과 통하다] 세분화·맞춤 전략으로 닫힌 소비자 마음 연다

"성장정체 벽 뛰어넘자 "<br>색상·디자인·기능별로 특화된 제품·서비스 출시


"성장이 정체된 모바일ㆍ정보기술(IT), 세분화와 맞춤형 전략으로 고객과 통해라."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꼭지점을 찍고 올해 하락 추세로 반전했다.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지만, 그 중 하나가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2007년부터 숨가쁘게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다. 사는데 필요한 웬만한 기능은 다 갖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의 틀 안에서 일어나는 혁신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비단 스마트폰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메라와 헤드폰 제조사들, 이동통신사와 인터넷방송 업체, 케이블TV 업체 등도 정체된 시장을 깨우기 위해 혁신을 고민 중이다. 새로운 기능과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상품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배고플 때 먹는 밥과 배 부를 때 먹는 밥에 대한 만족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배가 고프면 직접 먹을 것을 찾아 나서고 배만 부르면 만족한다. 하지만, 일단 배가 부르고 나면 웬만큼 맛있는 음식이 아니면 쳐다 보지도 않는다. 결국 스마트폰처럼 사용자가 만족할 만큼의 성능을 갖춘 제품은 추가적인 성능 개선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PC와 비교한다. 둘이 닮은 꼴인 만큼 PC를 통해 스마트폰의 살 길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PC 역시 애플이 혁신을 주도했다. 1977년 애플2를 통해 새로운 PC시장을 만들어냈다. 1983년 컴팩이 IBM 복제 PC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대폭 낮췄다. 1차 성능 혁신, 2차 저비용 혁신이 이뤄졌다. 그러다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줬다.

스마트폰도 비슷하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창출했다. 2008년 구글이 안드로이드OS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시장을 키웠다. 2012년 스마트폰은 7억대가 팔려 PC(3억5,000만대)보다 두 배나 많았다. 최근 보급형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가격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천정에 부닥쳤다. 새로운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지만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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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성능이 아닌 세분화와 맞춤형 전략을 제시한다.

보급률이 50%를 넘어선 스마트폰은 이제 후기 시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5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싱가포르ㆍ홍콩ㆍ스웨덴ㆍ노르웨이ㆍ호주ㆍ영국 등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를 넘었거나 육박한다. 또 미국과 캐나다는 올해 말, 프랑스ㆍ독일ㆍ스페인ㆍ이탈리아ㆍ일본 등은 내년 말에 5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50%를 넘기 전까지는 단순한 스마트폰 라인업이면 충분했다. 한 제품에 대한 수명 주기를 1년 이상 길게 가져가면서 오랜 기간 동안 판매가 가능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짝수해에는 하드웨어 등 전반적인 플랫폼을 혁신하고, 홀수해에는 모델명에 'S'를 추가하는 형태로 성능만 개선했다. 하드웨어 디자인을 2년간 유지하면서 개발 난이도를 낮추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틱톡'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라인업은 복잡해졌다. 5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탑재한 '패블릿'이 등장했고, 중저가 시장공략을 위한 '미니'가 등장했다. 예전 피처폰도 음악, 카메라, 메시징, 디자인 등 비교적 명확한 세분화가 진행됐다.

스마트폰은 그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세분화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세분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색깔 세분화다. 최근 젊은 여성 고객을 타겟으로 한 핑크 스마트폰이 한 예다. 색깔뿐만 아니라 기능도 마찬가지다. 가령 단체 사진에 눈감은 사람이 있다면 그 부분만 눈 뜬 시점의 사진으로 대체하는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기능에 따른 세분화도 가능하다.

세분화는 다시 맞춤형 전략으로 연결된다. 모바일의 핵심 가치를 '개인화'와 '맞춤화'로 축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집 안에 있는 유선전화는 가족 단위의 번호였지만, 핸드폰이 생기면서부터 개인 번호를 갖게 됐다. 또 초기 휴대폰은 이미 내장된 기능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내가 필요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나 만의 휴대폰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똑같은 스마트폰의 외형을 나만의 개성과 디자인으로 바꿔주는 스마트폰 패션 액세서리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새로운 혁신에 목말라 하는 모바일ㆍIT 제품은 "한 명 한 명의 고객과 통할 수 있는 세분화와 맞춤화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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