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을 이끄는 50인의 경영인]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

'선택과 집중'으로 세계 1위 제품 육성<br>휴대폰 기판·MLCC·카메라 모듈<br>전체투자 70% 집중, 우위 확보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의 모토는 ‘선택과 집중’이다. 강 사장은 2002년 사장 취임 후부터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쇼트트랙 종목에서의 선전”이라며 “이 종목에 집중 투자한 결과 한국의 겨울스포츠의 수준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해왔다. 그는 “D램 반도체 같은 명실상부한 1위 제품을 보유하게 되면 그 성공 경험이 조직 내에 전파돼 조직 전체의 수준이 일류로 올라간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런 경영방침은 삼성전기의 ‘선택과 집중’으로 이어졌다. 소재, 광, 무선고주파 등 3대 전략기술을 바탕으로 ▦기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카메라모듈을 1위 육성제품으로 선정, 전체 투자의 70%를 집중해 왔다. 이들 제품은 큰 시장규모와 성장성 때문에 해외 업체들이 주도하는 고부가 사업으로, 삼성전기가 수년 간 선진 업체들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키워 온 것들이다. 이들 ‘1위 육성제품’의 매출액은 2002년 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1,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강 사장은 “공격자는 방어자에 비해 3배의 병력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이기려면 선두 업체보다 더욱 뛰어난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위를 달성한 뒤의 전략은 어떨까. 강 사장의 다음 지론은 ‘수레바퀴론’이다. 강 사장은 “거대한 수레바퀴는 처음 움직일 때는 큰 힘을 가해야 하지만 한번 구르기 사작하면 작은 힘만 가해도 계속 굴러간다”는 표현을 썼다. 선택과 집중으로 세계 1위 제품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수레바퀴처럼 쉽게 굴러 1위의 아성을 유지하기 용이하며, 또 다른 1위 제품을 만드는 데도 적잖은 역할을 한다는 신념이다. 삼성전기는 휴대전화용 기판에서 세계 1위를 달성,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초기 모멘텀으로 활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 초고용량 MLCC 부문에서도 경쟁사에 6개월 이상 신제품 출시 시기가 앞서는 등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최근 주요 휴대전화 주력 모델에 3M급 이상 고부가 카메라 모듈 채택이 증가하고 있으며 평판 디스플레이용 파워 부문에서도 세계 1위에 올라서는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강 사장의 세 번째 지론은 ‘굴착이론’이다. 강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튼튼한 집을 짓거나 지하자원을 얻기 위해 땅을 파다보면, 초기 표피층은 단순한 굴착기술로도 쉽게 팔 수 있지만 암반을 만나면 첨단 공법과 장비가 필요해 어려움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세계 10위가 5위가 되는 것은 시장여건이나 ‘모방’ 등의 손쉬운 전략으로도 가능하지만, 2위가 1위를 뛰어넘는 것은 단시간 내에 이뤄지기도 어려울 뿐더러 창조적 발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강 사장은 2003년 벤처형 연구센터인 거북선센터를 설립, 획기적인 제품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에 매진토록 했다. 쇠는 물에 가라앉는다는 선입견을 깬 거북선의 창조정신을 본받자는 취지가 센터 이름에 포함됐다. 거북선센터는 지난 5년간 100여건의 과제를 수행, 삼성전기의 ‘혁신의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강호문 사장은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으로, 반도체 및 정보통신 사업 부문을 두루 거친 삼성의 대표적 '테크노 CEO'로 꼽힌다. 지난2002년 삼성전기 사장으로 취임한 후 아날로그 중심에서 디지털 부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인쇄회로기판, 적층세라믹콘덴서, 카메라모듈 등 1위 육성제품 선정을 통해 삼성전기가 세계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잡도록 이끌었다는 평가. 강 사장의 경영 능력은 해외에서도 인정 받아 최근 금융전문잡지인 미국의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지로부터 아시아 최고 CEO(IT 하드웨어 부문)로 선정되기도 했다. ▦1950년 경기 부천 출생 ▦1972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1996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MICRO 본부장 ▦1997년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장 ▦1998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네트워크사업부장 ▦2002년 삼성전기 사장 ◇ 경영원칙 ▦선택과 집중에 기업의 운명이 달려있다-3대 '1위제품' 육성에 전체 투자의 70% 집중 ▦1위를 차지하려면 창조적 발상 없이는 안 된다.-벤처형 연구센터 '거북선센터' 설립 ▦수레바퀴가 한 번 구르기 시작하면 다음부터는 쉽다-1위 사업분야 수성 및 이를 전분야 성장에 활용
"배드민턴 즐기며 임직원과 교류"

매년 한차례씩 대회 열어 '노사 화합의 장' 조성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은 독특한 임직원 접촉법을 갖고 있다. 함께 배드민턴을 즐기며 경영 현안과 현장에 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방식. 강 사장은 매년 한 차례 경영진과 사원 대표간 배드민턴 대회를 개최해 노사간 일체감을 조성하고 화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함께 땀을 흘리고 누구에게나 친숙한 운동을 함께 즐기면서 직원들의 요청 사항과 회사측의 생각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 사실 강 사장은 배드민턴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1996년부터 배드민턴팀을 창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등 이 종목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 사장의 배드민턴 사랑도 남다르다고 한다. 특히 강 사장은 "잦은 출장과 바쁜 업무 속에서도 건강을 잃지 않는 비결은 시간 날 때마다 즐기는 배드민턴"이라고 소개했다. 배드민턴 교류 뿐 아니라 '화개장터'라 불리는 독특한 행사도 진행한다. '화'기애애하게 '개'선하고자 하는 마인드를 갖고 '장'래 삼성전기의 발전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란 의미의 이 행사는 강 사장이 매월 정례적으로 각 사업부별 사원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다. 사장과 편안히 밥을 먹다 보니 현장의 고충과 건의사항이 자유롭게 오간다는 게 삼성전기측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강 사장은 수시로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글로벌 라인 마스터 컨퍼런스', '글로벌 혁신대회', 이노베이션 매니악' 같은 제조분야 각종 혁신대회를 진두지휘한다. 우수 사례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직접 시상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강 사장은 좀 더 가까운 곳에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라며 "생활 속 활동이나 다양한 이벤트, 또 국내외 생산현장 방문 등을 통해 임직원과 호흡하는 현장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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