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월가를 향한 분노


월가(the Wall Street)를 향한 미국인의 분노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라고 씌어진 피켓은 뉴욕은 물론 보스턴과 워싱턴을 넘어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 등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시장경제 원리와 규칙을 가장 잘 알고 따랐던 미국인들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청년 실업이 더해지자 자본주의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던 선량한 시민들마저도 성난 군중으로 표변했다. 그들은 분노하게 한 원인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오히려 짙어져 가는 상황에서 금융위기 주범인 대형 금융회사들의 잔치를 두고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구 반대편 한국의 명동과 여의도는 어떨까. 월가의 시위가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얘기일까. 올해 국내 시중은행의 순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출이자 갚기에 팍팍한 서민들의 눈꼬리가 올라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올 상반기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10조원. 이대로라면 올 한해 20조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이는 지금까지 최고였던 지난 2005년의 15조원을 저만치 따돌리는 수준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기대어 대출금리는 재빨리 올리고 예금금리는 천천히 내리는 식으로 제 배만 불렸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08년 2.61% 수준이었던 예대마진은 올해 2.9%로 늘어났다. 가계대출이 1,0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예대마진 0.1%포인트만 올려도 1조원의 부담이 가중된다고 한다. 이처럼 가계부담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은행들은 숫자놀음에 제 곳간만 쌓고 있는 형국이다. 매달 대출이자 내기에 급급한 서민들은 MB 정부가 외치는 동반성장이나 공생을 시중 은행에서 기대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나마 은행계 일각에서는 '따뜻한 금융'이나 '저소득층 우대상품'등으로 서민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진정성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다.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월가를 향한 분노가 국경을 넘어 전대륙으로 퍼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탐욕으로 비춰진 월가의 스펙트럼이 여의도나 명동에 투영될 수 있음을 국내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하루빨리 깨닫고 뭔가를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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