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380조원의 부동자금이 수익률이 조금만 높은 상품이 나타나면 그 쪽으로 대거 몰리는 등 게릴라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 부동자금은 주상복합ㆍ아파트 등 부동산상품에 주로 관심을 갖고 있지만, 금융소득자들의 경우는 수익률이 높은 채권과 공모주가 나오면 뭉칫돈을 들고 달려들고 있다. 그러나 초저금리속의 경기위축이 빚어낸 이 같은 기형적인 투자행태는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거품을 몰고올 뿐만 아니라 장기 안정적인 산업ㆍ금융자금의 공동화를 초래함으로써 경제체질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6일 외환은행이 판매한 1,000억원규모의 하이브리드(hybridㆍ주식과 채권을 결합한 신종자본증권)는 창구접수가 시작되기 전부터 고객들의 주문이 밀려 판매3시간45분만인 모두 팔렸다. 하이브리드는 은행의 경영상황에 따라 약정이자(8.5%)를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고, 환금성도 제한되는 등 위험이 큰 상품이지만 1년짜리 정기예금이자의 2배에 가까운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동자금이 대거 몰린 것이다. 외환은행은 당초 지난 달 이 상품이 팔려고 했으나 시장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심한 끝에 1차로 절반 정도 줄여 내놓았으나 이같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곧 2차분을 판매할 계획이다.
주상복합에도 청약인파가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이날 마감한 삼성물산의 마포구 도화동 `트라팰리스` 주상복합에 3만여명이 청약해 일부 평형의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을 넘었다. 분양과열을 우려해 `1가구 1실청약에 청약증거금 1,000만원` 등의 청약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했는데도 이같이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부동자금의 수익률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이달말 분양예정인 포스코건설의 광진구 자양동 `더 샾 스타시티`의 경우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전면금지가 발표된 지난 9일 이후에도 1만여명이 추가로 접수, 현재 예비청약자가 3만2,000여명을 넘어섰다.
주식시장에서도 역시 예상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상품에는 돈이 밀물처럼 몰리고 있다. 15일 마감한 코스닥등록을 위한 웹젠의 공모주청약에도 3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고, 앞서 14일 공모를 마친 케너텍도 482.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권계 관계자는 “고수익이 기대되는 공모주가 등장하면 머니마켓펀드(MMF)등 초단기 금융상품에 대기하고 있던 돈들이 대거 몰렸다가 배정후 다시 돌아오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진우,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