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장쉬는 실전파

제6보(82~100)


일본의 품격주의 고수들은 행마의 리듬이 헝클어지는 것을 무조건 싫어한다. 그리고 유리하다고 해서 지나치게 안전 위주로 두는 것을 천박히 여긴다. 특히 수가 나지도 않을 자리를 한 수 들여서 지키는 것은 수치로 안다. 바로 이런 습관 때문에 그들은 종종 역전패를 당하기도 한다. 실전파들은 품격이니 수치니 하는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이길 수만 있다면 내 집을 두어 집 스스로 메워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서봉수 9단은 실전파의 대표격인데 공배를 다 메우고 나서 가일수 여부가 최종적인 쟁점이 될 때면 군말 없이 한 수 가일수를 한다. 일본의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 같으면 죽었다 깨도 그런 짓은 못한다. "실전파로 알려진 장쉬의 셔터내리기는 솜씨가 과연 쓸만하구먼." 흑87을 보고 서봉수가 한 말이었다. 상변을 집으로 만들자면 참고도1의 흑1로 두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백이 2 이하 6으로 두어올 때 약간 신경이 쓰인다. 실전보의 흑87은 그런 뒷맛을 아예 없앤 착점이지만 대신에 90으로 붙이는 맥점을 제공했다. 흑91이하 97은 안전책. 상변을 지키는 데 주력하자면 흑93으로는 참고도2의 흑1로 두는 것이 최선이지만 지금은 백2에서 4로 두는 맥점 때문에 흑이 괴롭게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