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폭행으로 상해를 입은 사실을 숨긴 채 병원에서 자신의 실수로 다쳤다며 의료보험 혜택을 받은 경우 사기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병원에 상해 경위를 허위로 알려 의료보험 혜택을 받은 혐의(사기) 등으로 기소된 김모(63)씨에 대해 사기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7년 타인과의 시비 중 폭행을 당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사고 후 김씨는 가까운 K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병원 측이 '본인에 의한 과실상해' 치료는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타인에 의한 상해' 치료는 보험 대상이 아니라며 보험적용을 거부했다. 이에 김씨는 보험적용을 받기 위해 인근 S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으며 '산에서 넘어졌다'는 거짓말로 보험을 적용 받았다가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가 제한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 기인한 보험사고'는 환자 자신의 범죄행위가 주된 원인이 돼 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해당 상해는 김씨의 주된 범죄행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어 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병원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씨의 상해 자체는 원래 의료보험 적용 대상으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재판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증언한 사람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이씨의 혐의(모욕)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