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스크린쿼터 축소 외부 압력?

문화부 '불가'입장 철회에<br>일부 美·청와대 입김설 주장

문화관광부가 “그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사수하겠다”고 천명했던 스크린쿼터 유지방침의 방향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찬 문화부 공보관은 지난 11일 “현행 국산영화 스크린쿼터 비율을 40%에서 20%까지 낮출 것을 검토 중”이라며 이는 “일반적인 국민여론과 제반 상황을 오랫동안 종합적으로 검토한 문화부의 독자적 결정”임을 강조했다. 최근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60%를 상회하는 등 급성장하고, 국제영화제에서 잇단 수상으로 대내외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그 동안 재정부등 경제부처와 미국이 내세우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문화부는 오히려 이런 이유들에 대해 영화계와 견고한 협력제체를 구축, 조목조목 반박해 왔던 게 사실. 영화인 출신의 이창동 문화부 장관도 올 초까지 일관되게 “한미투자협정(BIT) 때문에 스크린쿼터가 폐지되거나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부 입장”이라며 “스크린쿼터는 문화적 주권과 다양성, 영화산업의 미래, 경제적 논리로 봐서도 현행대로 유지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화부와 이창동 장관이 미국의 영향을 받은 경제부처와 청와대 등 외부 압력에 밀린 것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최근 개각대상에 오른 이 장관 스스로 대통령의 짐을 덜어 주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말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박승 한국은행 총재, 권태신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 등은 잇따라 방송이나 강연에 참석해 스크린쿼터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영화인들을 ‘집단이기주의자’를 몰아붙여 문화관광부의 입지를 좁혀 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3일 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 서울총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와의 만찬에서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가 줄어도 잘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며, 옆 자리의 박찬욱 감독에게 동의를 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화부 영상진흥과 관계자도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대박 영화가 자주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이제 좀 제 궤도에 올라가고 있는 한국 영화를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잡아먹겠다고 안달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해 ‘외부 압력설’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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