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國展은 이제 옛말… 기업이 미술상 중심으로

두산 연강예술상·한진해운 양현미술상 등<br>신진작가 발굴 해외 활동까지 지원해 주목

올해 두산 연강예술상 미술상을 수상한 이재이 작가의 작품 설치모습. 상영중인 비디오작품의 제목은 '나이아가라'.

올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작가인 김상돈 씨의 작품이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전시돼 있다.

# 6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제2회 '두산 연강예술상' 시상식에서 현대미술가 이재이와 이소정, 박주연이 미술부문 상을 받았다. 두산그룹 연강재단의 '두산 연강예술상'은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고(故) 박두병 창업주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해 제정된 것으로 만 40세 이하 예술인 가운데 한국 예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성장 가능성 높은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주어진다. 박용현 이사장은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해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두산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상자 3명은 상금 각 1,000만원과 뉴욕 두산 레지던시 입주, 두산갤러리 뉴욕과 서울에서의 개인전 등 약 1억 원 상당의 혜택을 받게 된다. 예전에는 '국전(國展)'이 대세였다. 1949년 당시 정부부처인 문교부 산하 문화예술진흥원이 제정해 '대한민국 미술전람회'로 운영된 '국전'은 1982년부터 (사)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으로 바뀌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국가 주도형 권위에 힘을 실어줬던 '국전'의 힘이 최근에는 기업이 제정ㆍ후원하는 미술관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정부 주도 미술상의 권위는 오히려 국전보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이 더 부각돼 기업미술상과 더불어 민관(民官)의 균형을 맞추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기업 미술상으로는 2008년 제정된 '양현미술상'이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양현미술상은 7일 숙명아트센터에서 제4회 시상식이 열린다. 예술 후원에 관심이 많았던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유지를 받은 양현재단이 운영하는 국제 미술상으로, 그동안 미국 작가 카메론 제이미, 독일의 이자 겐즈켄, 한국 작가 이주요까지 국내외 작가를 아울렀다. 특히 1억원의 상금 외에 수상 후 3년 내 작가가 원하는 시기에, 전세계 어느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더라도 후원을 도맡는 등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작가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캐시 할브라이시 MoMA 부관장, 카스퍼 쾨니히 독일 루드빅미술관 관장, 후미오 난조 모리미술관 관장, 필립 베른 디아미술관 디렉터 등 세계적인 미술계 인사들이 심사위원단을 맡아 한국미술을 세계에 알리며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에르메스 미술(Misul)상'은 젊은 작가 후원이라는 취지로 1997년 한국지사가 파리 본사에 먼저 제안해 제정됐다. 이 때문에 상 이름도 한글발음 그대로 사용한다. 2000년 시작돼 김범ㆍ박이소ㆍ서도호ㆍ장영혜 등 걸출한 수상작가를 배출했다. 특히 후보 3인이 제작지원금 각 1,000만원으로 신작을 만들어 경쟁형식으로 그룹전을 연 다음 나중에 최종 수상자를 발표하는 운영방식이라 미술계에서는 일종의 축제로 자리잡았다. 에르메스의 세계적 네트워크는 한국작가의 국제적 활동까지도 지원한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의 '일우사진상'은 사진이라는 특정 장르를 전략적으로 지원한다. 미술평론가인 최열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시대의 흐름, 사회 변화와 맞물려 민간기업이 제정한 상이 권위를 갖게 된 것은 의미 있다"며 "기업 자본이 중심이 됐지만 이들 미술상은 작품의 상업적ㆍ환금적 가치가 아닌 실험적이고 미래가치 지향적인 분야의 작가들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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