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네…."
유통업체들이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또는 판매장려금)를 낮추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 마트, TV홈쇼핑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공정위의 판매수수료 인하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배경 등을 파악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8일과 22일 TV홈쇼핑, 백화점, 대형 마트 CEO를 초청한 자리에서 연간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납품업체의 판매수수료율을 5%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수수료 인하가 곧바로 경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시장경제 논리를 벗어나 강압적으로 인하를 요구하는 게 당황스럽다"면서 "중소 협력사를 현실적으로 도울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일방적으로 선을 긋고 인하기준을 정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백화점협회의 한 관계자는 "판매수수료율은 백화점의 총이익으로 회사존립의 근거"라며 "내린 만큼 회사가 어려워진다면 정부가 보전해줄 것이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공정위와 정부의 입장이 단호한 만큼 유통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커졌다.
유통업체 수익의 큰 축인 판매수수료가 감소하면 그만큼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유통업체들도 공정위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이익이 어느 정도 감소할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매출하락에 따른 주가하락 등으로 투자자와 주주들이 입은 손실을 어떻게 달랠 것이냐는 점도 고민거리다.
유통업체들은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정부가 만족할 만한 상생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눈높이와 백화점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극명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TV홈쇼핑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될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