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3월 23일] 김길태와 해외 입양

YTN을 시청하노라면 가슴 찡한 프로그램이 있다. 어린 나이에 해외로 입양을 가서 지금은 성인이 된 사람들이 낳아준 어머니를 찾는 짤막한 프로그램이다. 그들은 결코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으며 낳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들 대부분은 현재 결혼해 아이를 키우고 직업도 학교 교사나 회사원 등 여느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한 뿌리 깊은 그리움과 원초적 외로움을 빼놓는다면 말이다. 이들과 최근 부산 이양 납치 성폭행 살해혐의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김길태는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는 아니지만 짐작하기로는 자신의 출생 관련 비밀을 알게 된 과정이 아닐까 한다. 해외 입양아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어릴 적 낳아준 어머니 곁을 떠나 해외로 입양됐고 남들과 같이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교육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김길태는 어떠했을까. 2살 때 길에 버려졌고 현재의 부모님들이 데려다 키웠다는 사실을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 일은 현재의 부모가 그동안 사랑으로 키웠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을 것이다. 2살 때 길가에 버려졌고 그래서 '길태'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이 끔찍한 납치 성폭행 살해를 저지른 사건 앞에서 우리 사회는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지 않은 채로 TV 화면에 얼굴을 내비치게 하고 전자 발찌를 채우는 일만으로는 이 같은 비극을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입양'이 자연스럽지 못하며 출생의 비밀은 무조건 숨기는 게 안전하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제2, 제3의 김길태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당사자에게 입양 사실에 대해 전문적 설명과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의 상담이나 가정교육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살인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가 결국 김길태는 평소 자장면을 사주면서 수사했던 일명 '온건조 수사팀'의 박명훈 경사를 불러달라고 호소한 후 범행을 자백했다고 한다. 박명훈 경사처럼 마음을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김길태를 많이 만나왔다면 이 같은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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