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류 서비스 산업] <3> 갈길 먼 교육개방

해외유학 비용 연5조… 과실송금 허용해 외국학교 유치해야<br>교육 영리법인 금지 등 해외 유명학교 설립 걸림돌<br>국내 학교 서비스 질 높여 외국인 유학생도 늘려야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한국외국어대학교 사이버관 강의실에서 외국인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개방을 통해 국내 대학들의 교육 서비스 경쟁력이 향상돼야 해외유학 수요가 국내로 흡수되면서 외화유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제공=한국외대


‘22대 1.’ 지난 8월 해외로 나간 한국 학생들이 유학ㆍ연수비용으로 지불한 액수(5억3,540만달러)와 국내에 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쓴 유학ㆍ연수금액(2,430만달러)의 비율이다.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우리나라로 몰려들며 이들이 국내에서 유학비용으로 지불한 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해외로 유출되는 유학ㆍ연수비용이 20배를 넘는 셈이다.

연간 단위로 보면 매년 4조~5조원의 교육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이 외국에서 교육비로 지출한 금액은 모두 43억6,420만달러였던 반면 우리나라의 유학ㆍ연수 수입액은 5,460만달러에 그쳤다. 한해 교육수지 적자가 무려 43억960만달러(한화 4조6,155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 같은 교육수지 적자를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외국인 유학생을 국내에 더 많이 유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로 나가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국내 교육산업이 경쟁력을 갖췄을 때 가능한 해법이다.

국내 교육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적극적인 교육개방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교육개방으로 해외 유수의 학교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 학교들은 이들과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우리나라 교육산업의 경쟁력도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의 목표대로 오는 2020년까지 약 20만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외국으로 나간 유학생을 최대 20%까지 국내에 흡수하는 등의 조건이 충족될 경우 2020년까지 생산유발 효과는 약 8조5,150억원, 부가가치는 약 4조3,5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교육개방은 여전히 일종의 ‘금기어’로 통한다. 여러 교육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도 교육개방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외국 교육기관과 외국인 학교에 대한 반대여론은 소위 귀족학교들을 위한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이라며 “하지만 국내 상위 5% 소득자의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하는 것은 결코 공공성 논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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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유명 학교를 국내로 유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 영리법인 설립 불허와 과실송금 금지다. 과실송금은 투자자들이 투자이익을 본국에 보내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규제를 그대로 둔 채 글로벌 유수 학교를 유치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계 대학들이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학교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영리법인 설립과 과실송금이 허용되지 않으면 이들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국이 상하이자유무역시범구에 교육 영리법인을 합작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참고할 만하다. 아직 세계적으로 교육 영리법인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점차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외국 대학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영리대학을 허용했다. 미국의 경우 영리대학이 이미 어느 정도 일반화돼 있다. 예상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무리 영리를 추구하는 학교라도 교육재단이 일반기업과 같은 철학을 가질 수는 없다”며 “과실송금 허용을 주장하더라도 인재를 키우고 교육산업 성장에 기여한다면 한국의 사립학교보다 더 나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개방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이것 말고도 더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제주도나 송도 같은 경우는 특구로 지정돼 예외적으로 외국자본이 학교를 설립 가능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외국자본이 그렇게 쉽게 학교를 설립할 수 없다”며 “일례로 학교를 세우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려 해도 여러 단계의 규제가 있기 때문에 학교 설립 자체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 외국 교육기관 관계자도 “학교 설립 승인을 받기까지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워 무려 2년이나 걸렸다”며 “승인이 난 후에도 이런저런 규제 때문에 관련부처를 오가느라 학교 운영에 몰두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이 외국 학교 설립과정에서 관계부처와 투자처를 신속히 연결해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학생들의 유학ㆍ연수 수요를 국내에서 흡수하고 외국 유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국 교육기관 설립뿐 아니라 국내 학교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학교의 교육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 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수학한 미국인 H양은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지만 수업이 회당 1~2시간씩 주 1~2회로 지나치게 부족했다”며 “미국 본교의 경우 외국인이 현지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 많았는데 그런 것이 없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서울시내 사립대에서 공부했던 중국인 Y양은 “영어로 하는 수업이 적었고 영어수업이라고 해놓고도 한국어와 섞어서 진행되는 수업이 많았다”며 “국제교류처 등 교환학생을 담당하는 부서 관계자와는 영어로 얘기할 수 있었지만 학과 담당자와는 그렇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교육산업 경쟁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상품의 해외수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한국이 교육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황성환 진학사 기획조정실장은 “한국의 교육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있다고 할 때 이것이 공교육인지 사교육인지, 아니면 교육 전반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사교육을 억제하는 데만 관심을 갖지 말고 사교육의 장점을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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