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2월 31일] 토지보상 분쟁

한국은 아직도 건설 중이다. 토지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공복리 증진을 위한 공익사업의 경우에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토지보상을 둘러싼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과연 공익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도 간혹 있다. 토지보상에 있어서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 간 상호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보상평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되면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반대가 극심하게 되고 아무리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익사업이라 할지라도 토지소유자의 협조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평가업자 선정제도 결함 많아 결국 효율적인 공익사업 추진을 통한 공공복리 증진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이처럼 토지보상을 둘러싼 각종 분쟁은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 간 상호신뢰의 추락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필자는 토지보상 문제에서 상호신뢰가 추락한 가장 큰 이유로 보상평가업자 선정제도의 결함을 들고 싶다. 현행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보상평가를 위한 감정평가업자는 시행자가 2명, 토지소유자가 각각 1명을 추천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자는 토지소유자 추천평가사의 과다평가로 고가보상이 성행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주거안정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토지소유자들은 시행자 추천평가사에 의한 저평가로 헐값에 강제로 수용당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시행자의 땅장사를 돕고 있다고 비난한다. 양자의 공방 속에 시행자의 평가업자 선정비리가 발생하기도 하고 자신의 이해를 더 잘 대변해줄 평가사를 선정하기 위해 주민 간에 파벌이 나뉘어져 서로 낮 뜨거운 싸움을 벌이는 일이 허다하다. 이처럼 보상액 산정을 둘러싼 이해관계인이 서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평가업자를 선택하는 현행제도가 존재하는 한 헐값 수용논란, 땅장사 오명과 부실과다평가, 분양가 상승주범 논란 등 쌍방 간의 분쟁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 보상평가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져 주민불신 증대, 보상을 둘러싼 극단적인 민원유발, 국책사업 지연, 조성원가 및 분양가 상승, 과다보상으로 부동산시장 불안정 등 적지 않은 국익손실이 예상된다. 사실 주민추천 평가사제도는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그 결과는 평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불필요한 갈등과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 선한 의도에 의한 악한 결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평가업자 선정제도의 개선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평가업자 선정 권한을 쌍방 간에 신뢰를 받는 중립적인 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보상금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될 때 정부 또는 법원 주도로 실시하는 재결평가나 소송평가의 경우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선정되고 있다. 신뢰가는 중립기관에 맡겨야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trust)라는 사회적 자본은 거래비용을 낮추고 사회적 효율성을 제고시켜 결국 선진국과 후진국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우리에게는 평가업자 선정 권한의 조정을 통해 토지보상을 둘러싼 극단적인 분쟁을 줄여나가는 사회적 지능이 필요하다.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 간 상호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후쿠야마가 말하는 사회적 신뢰가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선진국으로 한발짝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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