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잘 살아 보세/조양래 현대자동차써비스 사장(로터리)

필자가 이 나라 경제개발의 주역으로 지구 곳곳을 한창 누비던 시절,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서 허리띠를 조금 더 졸라매고 조금 더 땀흘려야 했던 시절, 유행하던 말이 있었다.바로 「잘 살아보세」라는 말이다. 그 당시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회환경 탓인지 유달리 표어도 많고 구호도 많았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한집 한등 끄기」「체력은 국력」「혼식 ·분식에 약한 몸 없다」 등등….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잘 살아보자」는 말이 지금 문득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아무래도 그것은 지금 우리의 경제·정치·사회가 「잘 못 사는 쪽」으로 자꾸만 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행은 그 시대를 대변한다고 한다. 유행에 가장 민감한 패션의 경우 불경기 때는 치마 길이가 길어지고 호경기가 되면 짧아진다는 말이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자동차업계에서도 호경기 때는 외관에 치중한 다양한 형태의 개성적 스타일의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불경기 때는 직선형의 박스스타일로 차를 크게 보이게 하면서 무난한 스타일로 처리하고 실내공간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추세를 보인다. 필자는 이와 마찬가지로 한 시대의 유행어는 그 시대를 대변하는 한편 나아가 또다른 새로운 시대를 창조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살고 있는 것은 70년대 「잘 살아보자」던 유행어가 사람들을 부추기고 고무시킨 결과일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것은 우리 국민들의 일치된 희망과 땀과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 지금 97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떠돌고 있는 유행어는 무엇인가. 불행하게도 필자는 그것이 「흥청망청 되는 대로 나 혼자만 잘 살자」는 종류의 것이 아닌가 싶어 가슴이 답답하다. 실제로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수백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우리경제가 이대로 침몰하고 마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지만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 옛말에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듯이 지난 70년대의 「잘 살아보자」는 유행어를 우리 모두가 외치며 다시 한번 재기의 칼을 갈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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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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