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대지진] 수돗물도 방사능 오염…식수비상

생수 태부족에 정부 증산 지시. 청량음료 생산라인 전환에 수입 확대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방사능 수돗물’이 수도권 각지에서 검출됨에 따라 일본에 ‘식수 비상’이 걸렸다. 일본은 수질이 좋아 상당수 일본인들은 수돗물을 그냥 마시기 때문에 식수 오염의 충격은 크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23일 도쿄 동부 지바(千葉)현 마쓰도(松戶)시의 정수장 2곳에서 채취한 수돗물 검사 결과 유아섭취 기준치를 초과하는 1㎏당 180~220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22일 도쿄 북부 사이타마(埼玉)현의 가와구치(川口)시에 위치한 정수장과 배수장 등 4곳의 수돗물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120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후쿠시마(福島)ㆍ이바라키(茨城)현 등 원전에 보다 가까운 지역에서도 수돗물 오염 사례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지난 22~23일 이바라키현 히타치오타(常陸太田)시와 도카이무라(東海村),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등 6개 지역에서에서 각각 유아 기준치인 100베크렐 이상의 방사성 요오드가 나왔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21일 방사성 요오드가 1㎏당 100베크렐을 넘는 수돗물은 유아가 섭취하지 못하게 하도록 전국에 고지했다. 식품위생법상 우유나 음료수의 방사성 요오드 기준치는 300베크렐이지만 유아에게는 방사성 물질이 흡수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원전 부근은 물론이고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곳곳의 수돗물이 유아가 섭취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수준으로 오염됐다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방사성 수돗물’의 공포는 사실상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난 23일 방사능 오염 사실을 발표한 도쿄 정수장의 수치가 하루 만에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등 단기간에 수치가 정상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수돗물을 식수로 마시는 일이 많은 일본인들은 수돗물 오염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다. 수돗물 오염이 수도권 각지로 확산되면서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도 비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정수장의 방사능 오염으로 유아의 수돗물 섭취 자제 권고를 내린 도쿄도는 24일부터 해당 정수장의 물이 공급되는 지역에 550㎖ 들이 페트병 생수 총 24만개를 지급했다. 다른 지자체도 예방 차원에서 독자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도쿄 남부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위치한 요코하마시는 정수설비에 방사성 요오드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활성탄 투입량을 2배로 늘렸으며, 군마(群馬)현 등은 수질 검사 지역을 확대하는 등 주민들의 불안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도쿄 수돗물 오염 사태 이후 시판 생수가 크게 부족하자 정부는 생수 공급 확충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음료 제조사들에게 생수 증산을 요청할 방침이라며 외국으로부터의 수입 확대를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생수업체들은 이미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생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청량음료 생산라인을 생수 생산으로 돌리는 등 사실상 ‘풀 가동’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에다노 장관은 도쿄 수돗물에서 검출된 방사선 물질이 “만 1세 미만의 유아를 제외하면 인체에는 사실상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며 “침착하게 대응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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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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