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들 의도적으로 순이익 줄인다

당국, 사상최대 이익에 충당금 추가 적립 유도<br>금융위기 대비속 이자장사 눈총 벗기 겨냥도

은행들이 의도적으로 올해 순이익을 줄이기로 했다.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은행들에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유도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충당금을 추가로 쌓으면 예금과 대출 금리차이를 이용한 과도한 이익추구라는 따가운 시선도 피하고 예상보다 깊고 길어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이에 따라 은행권의 올 전체 순이익이 시장에서 예상하는 최대 20조원은 물론 "15조원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위기에 대비한 '보험성 회계'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의도적 순익 줄이기'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은행권이 대손충당금을 보다 더 보수적으로 적립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은행들의 순이익도 15조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올 하반기의 대손충당금 전입규모를 상반기보다 더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의 쌍둥이 위기(재정ㆍ금융)가 1~2년은 더 이어질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공통된 생각"이라면서 "위기가 길어지면 국내 실물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미리 대손충당금 전입규모의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을 늘릴 경우 당기순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상반기의 경우 은행이 쌓은 대손비용은 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조2,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손비용충당이 줄면서 은행들은 상반기에만 9조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당기순이익이 5조원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비약적인 증가다. 이익이 급증하자 일각에서는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0조원 시대를 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했다. 문제는 은행의 이익증가가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 경기는 갈수록 악화되는데 은행이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만 올려서 이자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도 거세다. 은행의 이익이 급증하자 금융감독 당국도 은행의 수익구조에 대한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혹여 불합리한 이익증가가 있는지 여부'를 보겠다는 취지에서다. 감독 당국은 1차 분석결과 은행의 순이익 규모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은행의 이익 증가가 ▦예대마진 확대 ▦대손비용감소 ▦현대건설 매각 등 특별이익 증가 등 세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외국의 은행에 비해서는 높은 편도 아니고 순익규모도 2007년 수준보다 낮을 것"이라면서 "순익구조의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자 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전입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 손에 쥐는 이익 규모를 줄이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고위 관계자도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앞으로 1~2년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이에 맞춰 미리 대손준비금 등을 쌓아 놓을 필요가 있어 이익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면서 "예상으로는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15조원을 넘어서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대손충당금 전입규모를 늘리 것과 함께 사회공헌활동 사업도 더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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