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9월 14일] 무궁화와 국새 유감

무궁화, 우리나라 꽃이 피었다, 비록 삼천리 강산은 아니지만. 주로 인도와 중국ㆍ우리나라에 분포하며 7월에 시작하여 10월까지 비교적 오랜 기간 피고지는 '무궁화(無窮花)'꽃이다. 우리 꽃 무궁화의 역사는 중국과 우리 고서에 몇 가지 기록이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신라시대부터 우리나라를 무궁화의 나라로 적시하고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과거에 급제하면 '어사화'라고 해 다홍색 무궁화를 머리에 꽂아줬다. 근세사에서는 지난 1907년 애국가를 만들면서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넣음으로써 조선의 나라꽃이 됐다고 전해지는 정도지만 대한민국 수립 직후인 1949년 10월 대통령 휘장을 비롯 입법ㆍ사법ㆍ행정 3부의 휘장을 모두 무궁화로 제정해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가장 영예로운 훈장도 '무궁화훈장'이다. 반만년 한민족의 역사를 바라보며 함께 해온 배달민족 정기를 이어받은 꽃이라서 꽃말도 일편단심ㆍ은근과 끈기이다. 추위에 강하고 햇볕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양수인데 수백 종의 품종 가운데서 흰 꽃잎 안쪽이 붉은 '백단심'을 표준나라꽃이라 한다. 종자ㆍ꺾꽂이ㆍ포기나누기 등으로 번식하며 생명력이 강해 배수만 되면 토질의 후박에 관계없이 잘 자란다. 하얗게 피어 이슬에 젖은 그 청아한 자태를 청계수에 새로 목욕한 선아(仙娥)의 풍격(風格)에 비유한 이도 있으며 강한 향기나 눈부시게 현란한 자태는 아니지만 은은한 향과 조용하고 단아한 모습과 흰색ㆍ자주색ㆍ적색의 오묘한 채색은 바라볼수록 매료시킨다. 무궁화는 지극히 아름답지만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옛날에는 울타리를 대신해주던 요즘 말하는 서민ㆍ중산층과 함께 어울렸던 보통사람들의 꽃이다. 더욱이 아름다움을 측량하지 않고 지나친 화려함을 경계하며 은거하는 군자의 나라에서 사랑 받을 만했다. 이제 '동방의 예의지국, 은둔의 나라,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오는 11월 세계 선진국 정상을 모시고 1만여명의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G20 서울국제정상회의'가 열린다. 항상 도움이 필요했던 아시아 태평양 연안의 자그만 나라가 손님을 모실 만큼 살만해졌고 사는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만큼 세월도 많이 흘러 세상도 정말 많이 변하고 있는데 일상의 각종 서류에도 도장을 찍기보다는 대체적으로 서명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대세다. 국가 간 협정문에도 양국 대표가 펜으로 서명하고 교환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품격을 중시했던 우리 문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역사다. 왕정이 사라진 지 수백년이고 민주주의가 꽃핀 나라임에도 왕권을 인정하며 국민형성의 지주로 생각하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이 역시 또 다른 문화의 차이임을 기억해야 한다.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되 지킬 것은 지킬 때 국격이 서고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세계화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삼천리 강산에 만발하던 우리나라 꽃 무궁화는 찾아보기 힘들고 국새 제조 과정의 비리 때문에 국새를 폐지하자는 논란을 보며 씁쓸한 가을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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