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9> 禍 부르는 정부의 비밀주의

"협정은 국가기밀" 여겨 공청회등 여론수렴 '대충'<br>의회·국민에 모든것 밝히며 여론결집 美와 대조적<br>"정부 일방통행식 협상진행, 국회가 제동을" 주장도

한·미 협상대표, 손은 잡았지만…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1차 예비협의에 앞서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악수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제2의 개항에 비견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6일 양국간 1차 예비협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돛을 올렸지만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그 내막을 잘 모르고 있다. 정부의 비밀주의에 가려 한미 FTA 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되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떤 변화가 닥쳐올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6일 본지가 공개한 미 무역대표부(USTR)의 한미 FTA 협상 통보문에 미국이 “미국기업 및 투자가에게 자국(미국)법이 적용되도록 한국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슈퍼파워 미국이 FTA로 내정간섭을 본격화하느냐”는 등의 요지로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16일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지침 중 하나로 “협상조건에 따라서는 FTA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으며 양보 못하는 절대조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곧바로 ‘양보 못하는 조건’이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기밀이라며 이를 밝히지 않았다. 협상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등 일부에만 보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간 조약이나 협정이라면 무조건 비밀에 부치는 정부의 관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외교부 등은 지난달 2일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마저도 자의적으로 재단했다. 공청회에 앞서 열린 외교부ㆍ농림부ㆍ경찰 등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는 “소란 행위 등이 발생해 행사가 어려우면 개회만 하고 끝낸다”는 방침이 정해졌고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됐다. FTA 협상 출범 전 대통령 훈령에 따라 열도록 돼 있는 공청회가 무산됐지만 정부는 개최된 것으로 해석하고 협상 출범을 곧장 승인했다. 정부가 한미 FTA 협상에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도통 모르기는 행정부를 견제할 책임이 있는 국회라고 다르지 않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협상내용에 대해 사후적으로 보고받는 정도여서 행정부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은 의회뿐 아니라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FTA 협상에서 상대국에 요구할 내용과 협상목표 등에 관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외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미국과 같은 관련 법 규정이 없다”며 “꼭 미국처럼 하는 게 좋은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우리의 정보공개 수준이 한심하다”는 푸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과장급 관료들이 국장급 선배에게 협상 진행사항에 대해 물으면 “국가기밀”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듣기도 하는 게 저간의 현실이다. 협상의 목표와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며 국민 여론의 힘을 모으는 미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본지 기사를 접한 6일 재정경제부 간부회의에서 “언론에 미국에서 요구하는 것만 얘기되는데 우리가 요구할 것, 얻을 것도 정리해서 거론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고위관계자는 “비밀주의에 익숙한 정부관리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국회가 나서 입법활동을 통해 제도적으로 정부의 일방통행식 통상협정 추진과정을 통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