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濠도 경기 부양 카드 '만지작'

22개월만에 물가 하락등 디플레 조짐… 금리인하 가능성 고조<br>호주 달러 강세·국채값 급등으로 부담 커져<br>"12개월 내에 기준금리 3.5%선까지 낮출것"


잘 나가던 호주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호주중앙은행(RBA)이 그 동안 굳건하게 동결했던 금리를 낮추고 선진 각국의 경기부양 노선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RBA는 선진국 중 유일하게 4.75%에 달하는 고금리를 9개월째 유지하며 물가 안정에 주력해왔지만, 최근 주요 경제지표가 줄줄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호주달러가 미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여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는 등 경제 전반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6일 열리는 RBA월례이사회에서는 금리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날로 악화하는 세계경기의 흐름 속에 호주 통화정책에 어떤 변화가 감지될 지 여부에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주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는 이유는 경기가 눈에 띄는 하강 조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8월 호주 물가는 전월대비 0.1% 떨어져 지난 2009년 10월 이후 22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금까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퀸즐랜드주 등을 강타한 대홍수의 영향으로 농산물 값이 올라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최근 작황이 좋아지면서 물가 상승 요인이 사라진 것이다. 고용도 악화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1~7월 호주 신규고용은 4만1,400명에 그쳐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소비 심리도 위축되고 있어 금리 인하와 같은 부양책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경기선행지표로 활용되는 투자자신뢰지수도 하락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주의 3ㆍ4분기 투자자신뢰지수가 전 분기보다 15.7포인트 떨어진 -21.7을 기록해 2009년 1ㆍ4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이날 보도했다. 리서치 회사인 코어데이터의 크리스틴 턴불 본부장은 "전체 820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가량이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조짐마저 나타나면서 RBA가 긴축정책을 고집할 명분은 약해졌다. RBA는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4.75%로 상향한 뒤 9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해 왔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8월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도 2.9%를 기록해 정부의 목표치인 2~3% 선으로 진입했다"며 "최근 주가도 하락하고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12개월 내에 기준금리를 3.5%선까지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호주로 투자자금이 몰려 국채 금리가 폭락하고(국채 값 폭등) 호주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는 것도 RBA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달러 대비 호주달러 가치는 지난 2년간 27%나 올라 호주 수출업계를 짓누르고 있는데 계속해서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경우 호주 달러 강세를 저지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RBA가 당장 금리를 내리지 않고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리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으로 철광석 값이 급등하며 호주 일대 광산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자되고 있어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글렌 스티븐스 RBA총재 역시 "호주는 불황에 대비할 충분한 '총알'을 가지고 있다"며 "물가 상승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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