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입 안한다" 공언속 물가방어 묘수도 없어

국내외 환경 갈수록 비우호적으로 변해 성장·물가·내수 모두 놓칠 가능성 높아져

재정경제부는 환율정책과 관련해 2개의 테마를 도그마로 삼고 있다. 하나는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고 다음은 ‘내수를 위해 수출을 희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7월23일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정례브리핑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 부총리는 “수출기업을 위해 인위적으로 (원화를) 저평가시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들어 원화 절상률은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원화절상(환율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콜금리를 인하하고 국제유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50달러 턱밑까지 다가선 지금 재경부의 이 같은 입장은 유효한가. 유감스럽게도 환율정책을 가져가는 재경부의 부담은 이래저래 심화되는 모습이다. 재경부의 환율정책 불변의 입장에는 두 가지의 논거가 있다. 물가앙등의 주요인인 유가상승은 공급 측면의 일로 상승 국면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며 자칫 경제성장을 외끌이해온 수출마저 희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연구소에서도 이 같은 입장에 동의하는 시각이 적지않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박사는 “금리인하가 물가에 그리 많은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며 “잠재 국내총생산(GDP)이 실질 GDP보다 큰 이른바 ‘디플레이션 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 환율정책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의 ‘환율 방어 지지론자’들이 내세우는 이 같은 논거는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3차 오일쇼크’ 조짐까지 제기되고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성장과 물가ㆍ내수를 동시에 잃어버릴 수 있는 여건들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절상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수입제품 가격을 낮추고 내수기업들을 살리는 ‘교과서 논리’를 동원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이영균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올들어 현재까지 발생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수준을 감안하면 올초보다 3% 가량 오른 원화가치 수준은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특히 최근 ‘환율상승은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을 저해한다’ ‘환율이 오르면 기업들의 대외채무상환 부담이 커져 오히려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등의 보고서를 연이어 발간하기도 했다. 재경부의 인위적인 환율 띄우기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셈. 관변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수출은 과열 걱정을 해야 할 시점이며 수출을 위해 내수를 다 죽이려고 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현 환율정책은 실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환율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특히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외환정책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가 연일 급등세를 지속하고 금리인하 등 전면적인 경기부양책이 쏟아지는 마당에 현 환율정책을 지속할 경우 물가앙등에 따른 지난 70년대식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관계자는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온 것은 단순히 유가급등 때문이 아니라 통화ㆍ환율정책 등이 잘못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도 단기 부양책을 통해 일시적으로 경기를 살려봤자 내년에 남는 것은 물가앙등뿐이고 또다시 ‘거품’을 만드는 새로운 부양책을 거듭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남미형 불황’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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