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종부세 사문화는 시대 역행하는것"

■ 서울경제TV SEN 개국 기념 인터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이명박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완화해 사실상 사문화한 것을 두고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도 종부세 납부 대상이라고 밝힌 박 전 총재는 “종부세는 개개인의 득실 차원에서 볼 게 아니다”라면서 “100년, 200년의 국가대계를 위해 종부세가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본 뒤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소득세의 경우도 가난한 사람은 세금을 내지 않아 면세자는 절반에 이른다”면서 “종부세 역시 비싼 집을 갖고 있는 주택소유자만 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이유로 그는 ▦빈부격차 축소 ▦집값 안정 ▦국민화합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박 전 총재는 “부유한 사람은 대체로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자 자본주의 체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봤다”면서 “부유한 사람이 개인보다는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미덕이 있어야 자본주의 사회도 건실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할 때 보유세 비율은 미국은 평균 1.5%, 일본은 1.4%에 달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종부세 도입 전까지는 0.2%에 불과했다는 내용도 박 전 총재는 소개했다. 내년에야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 비율이 0.6%에 달한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내년의 보유세 비율 0.6%도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종부세의 사실상 사문화는 보유세 비율을 0.2% 시대로 돌리자는 것인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보유세 비율이 낮을 경우 주택은 재물을 쌓는 투기의 수단이 되고 땀을 흘리는 노동보다는 투기소득을 얻으려는 풍토가 형성되면서 개인의 자산 포트폴리오도 부동산 70%, 금융 30%로 귀결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민들의 투자가 부동산에 집중되다 보니 자본이 산업자본으로 가는 것도 차단되는 부작용이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빈부격차의 근본은 소득보다는 자산의 격차가 커지면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위 10%의 부유층이 소득은 25%를 차지하지만 부동산은 40%를 독점하고 있다”면서 “부동산의 독점이 우리나라 빈부격차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이에 따라 “보유과세가 낮으면 부유층이 부동산을 과점해서 빈부격차를 키우게 된다”면서 “경제풍토 개선, 삶의 질 개선, 산업자금 조달, 빈부격차 축소 등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과세를 지금보다 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는 것에 대해서도 “가능하겠느냐”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재산세나 종부세는 지역별로 격차가 큰 만큼 재산세로 통합할 경우 지역균형발전을 정책으로 추구하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설령 종부세를 폐지하고 보유세 부담률이 내려가지 않도록 재산세에 통합한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현재의 재산세를 3배쯤 올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냐는 반문이다. 박 전 총재는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 재산세를 3배나 올려 보유세율 0.2%를 0.6%까지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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