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시장 '약골 체력' 다시 노출

거래량 미미한 상황서 악재만 터지면 환율 요동<br>전문가들 "당분간 널뛰기 장세 불가피"<br>"장기적으로 하향안정 보일 것" 전망도

원ㆍ달러 환율이 주가 폭락 여파로 1,360원대로 급등했다. 거래량이 없는 상황에서 조그만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약골 체력’의 외환시장 모습을 다시 한번 재연한 것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진행 중인데다 국내에서도 여전히 달러 수요가 우위여서 당분간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상 환율이 하향안정을 보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왜 급등했나=22일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은 국내외 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졌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한 점이 시장심리를 위축시켰다. 외국인은 이날도 3,6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달러 수요를 자극했다. 해외에서는 달러화가 초강세를 나타냈다. 유로화 대비 달러가치는 1.30달러선이 붕괴됐고 여타 아시아통화도 달러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외화자금 시장도 환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외환스와프시장에서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현물환율과 선물환율 간 차)는 -4원으로 전일 대비 2원 하락했다. 3개월물은 -16원으로 5원 급락하며 달러 수요 심리가 커졌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졌고 주가하락, 외국인 역송금 수요로 환율이 상승했다”며 “그나마 삼성전자 등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과 당국의 개입 물량이 나와 상승폭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특히 거래가 급감하며 시장이 얇아진 점이 환율 급등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거래량은 32억달러에 불과했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은행권 외채보증에 대해 투자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달러 수요에 비해 공급량은 여전히 적다”면서 “특히 시장이 극도로 얇아진 점이 변동성을 키우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은 “거래량이 30억달러 안팎인 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로 인한 역송금 수요만 3억달러 이상이라는 점은 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단기 변동성, 중장기 하향안정=대내외 여건상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진행 중이고 시장이 수급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여전히 달러 수요 우위 장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환율이 상승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현정 팀장은 “대외 불안감이 여전하고 자금경색이 단기간에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당분간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도 “단기적으로 보면 외환시장에 리스크 요인이 많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환율이 점차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각국의 구제금융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는 올해 말 이후에는 환율이 하향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로부터 공급되는 달러 유동성이 조금만 늘어도 환율이 급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각국의 구제금융이 확대되고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세도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경상수지도 국제유가 하락과 내수 부진 등으로 올해 4ㆍ4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도 “시간이 지나서 글로벌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경상수지가 예측한 대로 흑자전환하며 유가하락 등이 계속 진행되면 환율은 기본적으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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