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돈 찾아가세요" '휴면공탁금'노린 범죄 신도시 건설·택지개발 등 지자체·건설사 공탁금 급증서울지법 공무원이 사기단과 짜고 6억 꿀꺽허위 신청서로 42억 빼돌린 위조단도 적발땅주인 못찾아 국가귀속 돈만도 작년 129억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신도시 건설, 택지개발 등에 따른 토지수용으로 지방자치단체ㆍ건설업체 등의 공탁금은 급증하고 있지만 해당 땅의 소유주가 사망했거나 불분명해 장기 방치되는 이른바 ‘휴면 공탁금’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이들 주인을 찾지 못하는 공탁금을 노린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6월 초에는 공탁금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공무원이 위조 사기단과 결탁해 토지수용 공탁금 6억원을 가로챈 사건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공탁금을 관리하는 대법원은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휴면 공탁금 사건을 홈페이지(www.scourt.go.kr)에 게시하면서도 범죄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공탁금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윤강렬 대법원 등기호적심의관(판사)은 “국민의 재산권 행사를 도와주기 위해 공탁금액을 밝히고 싶어도 거액 공탁금이 공개되면 서류위조 사기단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수용 공탁금은 매수대상 부동산 등의 소유주가 분명치 않거나 분쟁이 있을 때 매수자가 해당 땅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에게 직접 토지대금을 주지 않고 법원에 대신 내는 돈을 말한다. 소유주가 공탁금을 찾지 않고 15년 이상 방치하면 공탁사무처리규칙에 따라 국가에 귀속된다. 2001년 39억원이던 국가귀속 공탁금액은 이후 해마다 커져 2004년 65억원으로 늘어났고 2005년에는 12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들 공탁금 중 상당수는 선조가 사망하고 상속등기가 안돼 있어 자손들도 존재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대법원 관계자의 분석이다. 최모씨 등 전문위조 사기단 5명은 최근 광주지방법원에 허위 공탁신청서를 제출해 모 부동산개발시행업자가 토지개발 과정에서 공탁한 42억8,500만원을 빼돌렸다 적발됐다. 휴면 공탁금은 토지수용 등의 경우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부터 개인간 채권 변제 공탁의 경우 수십만원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대법원은 휴면 공탁금이 늘어나자 공탁금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공탁 후 4년이 지나면 주인에게 서면통지하고 대법원 홈페이지에 차기 연도에 국가귀속 예정인 공탁사건을 별도란에 공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만 해도 올해까지 공탁금을 찾지 않을 경우 내년에 국가에 귀속되는 건수가 2,825건에 이른다. 일례로 한국도로공사는 91년 국도 신설을 위한 토지수용을 위해 등기상 땅 소유주인 인천 소재 조모씨 등을 상대로 법원에 공탁금을 걸었다. 하지만 공탁금은 주인을 기다리며 15년째 잠자고 있다. 한국주택공사도 96년 서울 소재 모 단지 택지개발을 위해 해당 부동산 소유주인 권모씨에 공탁금을 걸었지만 10년째 방치된 ‘휴면 공탁금’으로 남아 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90년대 초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책의 일환으로 일산 신도시 등이 개발되면서 토지수용 공탁금이 급증했다”며 “당시 설정됐던 공탁금 중 상당액이 장기간 방치돼 국가에 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7/02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