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증제 46년만에 대수술 한다

법무부, 공증변호사 임명제 전환·연령 70~75세로 제한등 추진<br>법적절차 생략·리베이트등 부정사례 빈발따라 선서인증·전자공증등 도입 검토



A씨는 급전이 필요하다는 친구 B씨의 부탁으로 1,000만원을 선뜻 빌려줬다. A씨는 B씨가 비록 친구사이지만 금전거래는 명확히 해야 된다는 생각에 공증을 받아 놓기로 했다. 그런데 공증을 약속한 당일 B씨는 참석하지 않고, 대신 B씨의 부하직원이 나타났다. B씨는 A씨에게 전화로 “나 대신 C직원이 갔으니 1,000만원을 빌렸다는 내용으로 공증을 받으라. 그러면 틀림없이 갚겠다”고 했다. A씨는 의심없이 B씨의 직원이라는 사람과 1,000만원 대출계약에 대해 공증을 받았다. 하지만 1,000만원을 한달내 갚기로 한 B씨는 “내가 직접 공증한 게 아니기 때문에 돈을 갚을 수 없다”며 6개월을 버티고 있다. A씨는 결국 소송을 내기로 결심했지만, 공증을 받아도 채무 등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공증 부실 처리 급증= 결국 A씨가 공증받은 사무실의 경우 공증 당사자가 계약 당사자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인가받은 변호사 이외에는 공증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상 사무실 직원이 사무를 처리해 과태료 징계를 받았다. 공증사무 외에 변호사업무도 병행할 수 있는 이른바 변호사겸업공증 법무법인이 급증함에 따라 법적인 절차를 생략하는 등 부적정 공증처리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겸업공증 법무법인은 지난 96년 90개에서 지난 2005년에는 242개로 급증했다. 특히 2006년 3월말 현재 변호사겸업공증인 36명이 공증 부실처리로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법인 증가로 사건 유치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공증과정에서 리베이트 지급, 법적절차 생략 등 부실처리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총체적인 공증제도 운영의 부실을 지적했다. ◇공증변호사 연령 80~90세 대부분= 법조계에서는 공증제 운영의 주된 부실 원인으로 공증변호사 지정제를 꼽고 있다. 공증담당 변호사들은 임명제가 아니라 공증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법인들이 소속 변호사중에 지정해, 관할 검찰청에 신고만 하면 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효과적인 관리가 힘들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또한 연령제한이 없는 관계로 80~90세 등 고령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보조직원에 의한 공증업무 처리가 빈발해 적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법인의 공증 변호사는 70대이상이 74%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에 따른 대리업무 사례가 심각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61년 공증인 법령이 제정된 이후 큰 변화없이 유지돼 오다 보니 선진 공증제도미도입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규정이 많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46년만에 공증제도 ‘대수술’= 이에 따라 법무부는 46년만에 공증제도를 대수술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우선 공증담당변호사를 임명제로 전환하고, 공증 변호사 연령을 70~75세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공증인이 없는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공증인 자격을 완화하고, 선서인증ㆍ전자공증 등 선진 공증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김성호 법무장관은 최근 올 업무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4월까지 공증인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올해 안에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김홍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