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제개편안은 세원의 확충, 기업규제 완화, 상속ㆍ증여과세의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으로 갚아야 할 공적자금과 고령화 등으로 재정수요가 급증할 것을 고려하면 올 세법개정안을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군데군데 아쉬운 점도 많이 발견된다. 첫째, 넓은 세원의 확충은 조세감면의 축소를 주된 수단으로 하고 있다. 달리 말해 경감해주던 세금을 다시 받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오는 연말로 일몰이 예정돼 있는 17가지 감면 가운데 10가지를 폐지하고 4가지에 대해 감면 폭을 축소하도록 돼 있다. 깎아주던 세금을 축소하겠다면 납세자들의 반응은 뻔하다. 좋아할 납세자들은 단 한명도 없을 터다. 비과세와 감세를 줄여가는 것은 경제의 세계화 추세에서 피할 수 없는 길이긴 하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정책임이 분명하다. 국회는 근로자우대저축을 없애지 말고 더 연장하자고 주장하는 등 벌써부터 반대와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험난한 고개를 여러번 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직불카드 이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20%)보다 높여 30%로 설정한 것은 사의 활성화를 통해 숨은 세원을 노출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넓은 세원을 확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세금우대저축(비과세 10종, 저율분리과세 10종)을 축소조정 하고 있는데 이 보다는 원천징수세율 15%를 9~10%로 인하해서 저축이자에 대한 종합과세와 분리과세를 납세자가 선택하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부부합산 종합과세 기준금액도 4,000만원에서 연차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경제특구에 투자하는 외국인에 대해 한시적으로 소득세ㆍ법인세ㆍ재산 관련지방세를 감면하는 것은 확실한 미래의 청사진이 있으므로 타당하다고 본다. 둘째, 기업에 대한 세제상의 규제완화를 추구한 것은 옳다. 선진국들도 징수기능에만 치우치던 세무행정을 납세자에 대한 봉사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세제가 지나친 규제조항을 갖고 있으면 납세자에 대한 봉사기능은 형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질하는 사항 중 상당 부분이 벌써 개선해야 했던 것들이다. 조세감면의 사후관리 수단으로 있던 기업합리화적립금 의무적립제도 폐지, 상속과세에서 배우자공제제도에 내재했던 불합리의 제거, 부가가치세에 있어서 월 합계세금계산서 교부에 대한 탄력성 부여, 특별소비세의 납세증지 부착제도 폐지 등은 바람직하다. 셋째, 상속증여세의 개편에는 조세 법리적 측면에서 다소간의 논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장시세차익 과세의 범위를 넓힌 것이 그 예다. 정부는 재벌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투명성이 결여된 현실을 감안해 이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킨 듯하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들이 상속과세를 완화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넷째, 21세기는 환경보전이 매우 중요한데 에너지절약시설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 재활용폐자원의 의제매입세액 공제율을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에너지절약시설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을 시장금리의 하락에 따라 10%에서 7%로 축소한다는 것인데 에너지절약시설에 대한 투자는 에너지자원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단순한 금리의 문제가 아니므로 공제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투자세액 적용기한이 올해 말로 종료예정인데 이를 3년간 연장하여 오는 2005년 말까지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상속받은 후 주식가격이 30% 이상 하락하면 물납당시로 다시 평가해 세금을 받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올해까지는 상속을 받았으나 현금납부가 어려운 경우 상속받은 재산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개정안내용은 세금과세는 높은 값으로 하면서 세금은 떨어진 값으로 받겠다는 것과 같다. 너무 국고주의적 발상이다. 떨어진 값으로 세금을 받겠다면 세금도 떨어진 값으로 부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올 가을은 대선을 앞?정치의 계절이다. 국회는 미국의 경우처럼 세제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세금의 본질이 원래 국민동의의 산물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경우는 선거를 앞두고 내놓는 정부의 세제개혁이 선심성을 담았다고 비판을 받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의 정부안은 선심성 의혹에서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명근<경희대 법학부 객원교수, 조세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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