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넘은 국정 현안인 `물 관리체계 개선방안' 도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섬에 따라 물 관리 핵심 부처인 건설교통부와 환경부는 물론 두 부처의 입장을 각각 지지하는 그룹 간 논쟁도 다시 가열되는 양상이다.
환경부는 댐 건설을 제외한 상수도 관리권 만큼은 차제에 반드시 환경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건교부는 물 문제는 특정부처에서만 관장할 사안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이번 논쟁도 예전처럼 결론없이 `소모전'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물관리체계 개선이 참여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된사안인 데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에서 이미 검토를 마쳤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고 보고 총리실의 조율 과정을 거쳐 가급적 연내에 결말을 짓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만큼은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야 의원들이 국회 차원에서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법 제ㆍ개정에 적극 나서기로 뜻을 모으는 등 물문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변했다는 점은 해묵은 국가적 현안에 대한 `해법 찾기'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 환경부 "상수도 만큼은 반드시 일원화해야"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와 지역간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광역상수도(건교부)와 지방상수도(환경부)로 이원화돼 있는 상수도 관리권을 환경부로 반드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총리실 등에전달했다.
건교부의 광역상수도정비기본계획 수립 및 사업 인가기능, 담당 조직을 환경부로 이관하고 수자원공사의 기능과 조직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수도에 관한 업무' 관리ㆍ감독 권한은 환경부 장관 소관으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상수도 관리체계의 이원화로 건교부는 물 수요를 과다 산정해 수자원 개발규모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광역상수도의 비싼 물값 등을 이유로 별도의 지방상수도를 설치ㆍ운영함으로써 평균가동률이 광역상수도는 48.4%, 지방상수도는 54.8%로떨어지는 등 총 4조원 가량의 예산이 중복ㆍ과잉투자됐다는 점을 앞세운다.
특히 1인당 물 사용량과 급수량이 건교부 예측과 달리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외환위기 이후 계속 감소추세를 보여 상수도 시설 가동률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는설명이다.
또 대도시를 위주로 한 광역상수도에는 전액 국고로 지원하고 농어촌을 대상으로 한 지방상수도에는 융자 위주로 지원하다 보니 대도시의 상수도 보급률은 100%에가까운 반면 면(面) 단위 이하 농어촌 지역은 33%에 불과하는 등 도ㆍ농 간 물 공급의 심각한 불균형이 나타났다는 점도 일원화의 당위성을 높여주는 대목으로 꼽는다.
지방상수도는 물값 현실화 곤란 등으로 인해 2조7천억원의 부채가 발생한 반면수공은 댐 사용권 및 수리권 독점에다 물값 조기현실화 등으로 2003년도에 5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수도사업의 수공 독점화 현상이 높아져 민간부문의 시장 진입 기피 등 수도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환경부는 `상수도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이란 내부보고서에서 이밖에 신규댐 건설 등 공급중심의 용수 수급계획으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지방상수도 폐쇄 및지방의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가 잇따르는 문제점 등을 거론하며 상수도 관리권 일원화를 요구했다.
이재용 장관은 최근 청사내 물절약 촉구성 표어.포스터도 `깨끗한 물'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꾸라고 지시하는 등 상수도 일원화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21세기의 물 관리 정책은 물의 양이 아니라 깨끗한 물을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위주로 상수도 정책을 전환하려면 상수도 계획ㆍ조정 등 정책기능을 환경부로 반드시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건교부 "물관리 일원화는 부처이기주의"
`상수도 관리체계 일원화'라는 환경부의 선공을 받은 건교부는 `물관리는 특정부처가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견제와균형 속에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건교부는 환경부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상수도 관리체계 개선방안'이란보고서에 이런 논리로 환경부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아울러 물관리체계 개선과 관련해 최근 정부와 국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복과잉 투자' 논란에 대해서도 `접근방식부터 잘못됐다'고 공박한다.
과잉설비투자는 90년대 초반 늘어나는 물 사용 증가율을 감안해 만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각종 개발계획이 취소되고 정부의 물 절약 정책 등으로 1인당 급수량이감소하는 등 수요가 줄면서 발생한 것으로 광역ㆍ지방 상수도 전체의 문제인데 이를건교부의 치수 잘못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저조한 수도시설 가동률은 급수체계의 조정과 현재 진행 중인 신도시,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각종 대형 국토개발사업을 통해 해소될 수 있고 도ㆍ농 간상수도 보급률 불균형은 광역적 차원에서 접근해 단일요금제를 도입하고 재원조달방식을 조정하면 쉽게 풀 수 있다고 반박한다.
감사원이 제기했던 건교부-환경부 간 계획 전망치 오류도 건교부의 수도정비기본계획과 환경부의 전국수도종합계획의 수립시기를 일치시키고 통계자료, 수요량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공동기준을 마련하면 된다는 게 건교부측 주장이다.
건교부는 상수도 관리권 일원화를 요구한 환경부에 대해 이런 논리로 맞서는 한편 환경부가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 환경단체 등을 등에 업고 조직확대를 꾀하는 `부처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역공에 나서기도 한다.
건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광역 상수도는 도시 및 택지개발, 산업단지 조성등 국토개발업무와 수행돼야 하고 안정적 수원 확보를 위해 댐과 연계 관리돼야 한다"며 "조직 일원화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총리실 관계기관 회의에서 수도사업 조정위원회 설치를 통해 상수도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합의해 놓고선 환경부가 끊임없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오고있다"며 "지금은 조직 문제로 논란을 부추겨야 할 때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물관리의 경쟁력 강화방안 등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환경부를 겨냥했다.
(서울=연합뉴스) 문병훈 유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