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종, 옛 명성회복하나?

합병 실패에다 지재권등 수임 경쟁서 계속 밀려<br>한때 '넘버2' 올랐다가 5위까지 추락 수모 겪기도<br>증권·금융외에 '돈되는' 형사·송무분야 강화 필요

변호사 수 기준으로 국내 4위인 세종은 최근 특허법인 코리아나와 업무제휴를 맺으며 지적재산권 분야 강화에 나섰다. 김두식(왼쪽)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와 박해선 특허법인 코리아나 대표변리사가 지난달 22일 특허·상표·디자인 등 지적재산권 분야 사건 공동수임과 변호사·변리사 상호 파견 등의 업무제휴를 맺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세종


지난 2001년 국내 처음으로 법무법인(로펌) 간 합병에 성공하면서 독보적인 1위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이어 2위 로펌에 올라섰던 '법무법인 세종'이 최근 10년간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증권ㆍ금융 전문인 세종이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형사ㆍ송무 분야를 키우는 등 포트폴리오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종은 1980년대 신영무(현 대한변호사협회장) 전 대표 변호사를 중심으로 국내외 금융권 자문을 독식하면서 김앤장ㆍ태평양ㆍ광장 등과 함께 이른바 선두 그룹, '탑티어(Top-Tier)' 로펌으로 거론됐다. 특히 자문의 옛 세종과 송무의 열린합동법률사무소가 결합해 새롭게 탄생한 '세종'은 라이벌이던 태평양과 광장을 제치고 한 때 김앤장의 뒤를 바짝 쫓기도 했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광장은 한미를 합병하며 2위 자리를 탈환했고, 태평양도 세를 불리며 순식간에 세종을 메달권 밖으로 밀어냈다. 더구나 화백과 우방의 합병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한 법무법인 화우가 2009년 한 때 변호사수로 세종을 앞서면서 한 동안 5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변협의 8월 법인랭킹에 따르면 세종은 223명의 국내 변호사를 보유해 김앤장(394명)ㆍ 태평양(252명)ㆍ광장(248명)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로펌업계는 세종은 규모 면에서 태평양과 광장에 크게 다를 게 없지만 업무 포트폴리오 측면으로 볼 경우 1~3위와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ㆍ증권' 자문 분야를 필두로 공정거래와 기업자문(M&A) 등에서는 여전히 능력을 인정 받고 있지만 그 밖에 대형 로펌의 필수 분야인 ▦형사ㆍ송무 ▦지적재산권(IP)에서는 아직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법조계가 중시하는 이른 바 '회장님 송사'를 대리하지 못하면서 명성에 걸 맞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형사에 강점을 둔 '법무법인 바른'과의 합병계획이 실패로 끝난 점도 타격이었다. 세종과 바른은 자문과 송무 업무비율이 각각 7대3과 3대7로 서로가 이상적인 합병대상이었지만 파트너간 이익분배 문제 등으로 결렬돼 결정적인 재도약 기회를 잃었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아울러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적재산권 사건에서도 여타 대형 로펌에 비해 굵직한 송사를 맡지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부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로펌업계 최다인 9명의 대표변호사와 다수의 파트너 사이에서 사건수임을 두고, 팀간 협력이 아닌 향후 로펌 내 이익분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공격포인트'를 따기 위해 변호사들이 지나친 내부 수임경쟁에 내몰려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세종의 한 팀이 통째로 경쟁 로펌으로 이직한 사건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 된 사례로 거론된다. 세종은 최근 유럽과 남미 법률시장 선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재도약 방안이다. 그러나 종합적인 법률서비스를 지향하는 대형 로펌이라면 약점으로 거론되는 형사ㆍ송무와 지재권 분야 강화가 선결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법조계에서는 세종이 경기영향을 심하게 받는 해외자문 보다는 현금창출 분야인 형사ㆍ송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로펌들은 대기업들의 각종 법률자문의뢰가 급격히 줄면서 매출급감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 반면 당시 형사사건 수요는 계속 지속됐고, 경제위기에 따라 지재권을 비롯한 각종 이권분쟁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최근 1위 로펌인 김앤장이 국제중재 분야를 더욱 강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대형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증권ㆍ금융전문인 세종은 90년대 이후 고객사인 금융권의 합종연횡으로 인수합병 자문을 많이 대리했지만 그 반대급부로 고객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금융사건이 줄어들어도 매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확충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