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아프리카의 가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은 소득과 교육, 보건 수준 등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유엔(UN)은 이 지역의 라이베리아, 기니아, 시에라리온, 부르키나파소를 최하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니아는 제2의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광) 생산국이고 시에라리온은 연 5억 달러 규모의 보석을 캐낼 정도로 이들 국가는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지독하게 가난하다. 사하라 사막만 벗어나면 강수량이 풍부해 땅이 비옥하지만 대부분 경작이 안 돼 있다. 가난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 십년 간 이 지역을 휩쓸고 있는 전쟁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원수가 이 지역 분쟁에 불을 당겼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동의 리더로 등극하는데 실패한 뒤 사하라 남쪽의 `킹 메이커`로 자처하고 있다. 그는 라이베리아 전 대통령 찰스 테일러와 시에라리온의 반군 지도자 포다이 산코를 직접 뽑아 훈련을 시켰던 인물이다. 가다피의 `제자`들은 부르키나파소나 아이보리코스트 등 다른 나라의 분쟁을 야기했다. 이 지역은 부패와 가난, 종족간 갈등으로 반란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반란은 리비아가 지도했지만, 반군들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 돈과 권력이 반란의 주요 동기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는 9~15살 사이의 소년 병사. 아이들은 가난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자란다. 대부분의 소년들은 납치당한 뒤 마약을 먹고 무기를 손에 쥐게 된다. 군사 갈등이 일어나 수만 명이 죽었고 수백만 명의 인생이 난민 캠프에서 끝났다. 미약하나마 있던 기반시설과 공장은 파괴됐고, 농작물은 불탔다. 이들은 국가 예산의 50%를 교육이나 보건 분야 대신 군대에 썼다. 이런 조건에서는 그 어떤 경제도 성장이 어렵다. 노동과 자본, 경영은 경제 성장을 위한 핵심요소다. 그러나 전쟁은 수만 명의 젊은이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었다. 교육은 멈췄고, 영양결핍은 일꾼들의 정신과 육체의 성장을 더디게 했다. 엘리트들은 이미 유럽과 미국으로 빠져나가 돌아올 의향이 없는 상황이다. 투자할 자본이 없다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외국자본은 이 지역에 유입되지 않는다. 부패와 숙련 인력의 부족, 취약한 기반시설은 외국투자를 막는 요인이다. 바나나는 식품위생 기준에 미달돼 유럽으로 수출할 수 없다. 여기에 전기가 없어 경공업도 불가능한 이 지역은 자전거부터 작은 등까지 수입해야 해 소중한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 경영은 또 다른 문제다. 일례로 시에라리온은 일년에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하지만 수백만 달러만이 수지로 잡힐 뿐 제조공정에서 상당 부분이 지하 채널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다. 서아프리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가시적인 시일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원 국가들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미 의회가 통과시킨 AGOA(아프리카 성장 및 기회법)는 이 지역의 빈민구제 방책으로 아프리카 국가와의 자유무역을 촉진하도록 고안됐다. 그러나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에서 소비될 수 있을 적합한 상품을 생산할 능력이 없다. 오히려 소액대출 프로그램이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소액대출 프로그램은 적은 돈으로도 빈민가정을 가난에서 건져내 희망을 주고 자긍심까지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능력이 없고 아이가 딸린 여자들이 이 대출의 주 요 수혜자로 대출금은 15달러에서 100달러 내외다. 몇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에 돈이 주어지면 그룹에서는 격 월마다 돈을 갚게 된다. 금리는 월 2.5% 수준으로 수혜자들은 책 정리나 재고관리 등에 관한 기초적인 훈련을 함께 받는다. 대출금을 성공적으로 갚은 그룹은 사업규모를 확장할 수 있도록 더 큰 규모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970년대에 소액대출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된 방글라데시는 수천개의 소규모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시작됐고, 국가 경제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은 기술 훈련이다. 난민캠프에서 할 일 없는 아이들은 종종 내전에 소년병사로 뽑혀가기도 한다. 그들은 목수나 재단사 등이 될 수 있는 기술 교육을 받아야 한다. 미국을 포함해 유럽과 아시아 부국 국민들은 이들을 돕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손성원 美웰스파고은행 부행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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