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보다 약 1,000만배 가량 무거운‘거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이 별을 삼키는 모습이 사상 처음으로 포착됐다. 이는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측됐던 현상을 관측을 통해 입증한 것으로, 거대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규명하는데 획기적인 단초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연구를 수행한 국제공동연구팀에 서울대와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도 다수 참여해 데이터 제공과 분석 측면에서 크게 기여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임명신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초기우주천체연구단 5명, 천문연 전영범ㆍ성현일 박사 등 7명의 한국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거대질량 블랙홀이 별을 삼키면서 갑자기 밝아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권위있는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지 25일자에 실렸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은하 중심부에 거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며 별이 블랙홀에 가까이가면 블랙홀의 강한 중력 때문에 산산조각나고, 그 잔해가 블랙홀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밝은 빛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팀은 지난 3월28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스위프트(Swift) 위성을 이용해 39억광년 떨어진 은하의 중심부가 갑자기 밝아지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 천체에‘스위프트 J1644+57’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연구팀이 이 천체를 집중적으로 관측한 결과 이 현상이 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질량 블랙홀의 강한 중력으로 산산조각난 별의 잔해가 블랙홀로 떨어질 때 블랙홀에서 강한 광선다발(고온 플라즈마 입자들의 분출)이 특정한 방향으로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내 연구진은 이번 분석에 사용된 가시광선ㆍ근적외선ㆍX선ㆍ감마선ㆍ전파 등 5종류의 관측 자료 가운데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자료의 대부분을 제공했다.
임 교수는 “이론적으로 예측된 현상을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거대질량 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면서 “별 잔해가 블랙홀에 떨어질 때 강한 광선다발이 나온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