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글로벌 인재경쟁 새틀을 짜자] <상> 유치에만 목맨 두뇌정책

공들여 영입해놓고 교육·의료 등 지원·관리는 "나몰라라"

일회성 유치 프로젝트론 장기적 성과창출 힘들어

체류인프라 등도 태부족

인재수준·활용목적 맞게 단계별 지원체계 갖춰야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초빙된 외국 연구자가 국내 연구진과 실험을 하고 있다. 일본·중국과 달리 정부의 해외 우수 인재 유치정책이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면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제공=KIST


미국 실리콘밸리의 쇼핑몰에 가면 중국인과 인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백인과 흑인보다 더 많다.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의 특급 인재를 모조리 빨아들인다는 말은 이 지역 쇼핑센터를 가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정보기술(IT) 업체 본사가 있는 시애틀 인근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서 온 박사 학위 소지자의 비율이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 실리콘밸리나 시애틀 같은 도시다. 맥킨지가 지난 1997년 펴낸 '인재전쟁 보고서'에서 "21세기 국운은 우수 인재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한 것에 비춰보면 실리콘밸리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한국은 우수 전문인력들이 잠시 거쳐가는 나라일 뿐이다. 공들여 유치하고도 적극적인 지원과 활용책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인재가 몇 년 안 돼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조건이 나은 타국으로 떠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해외 인재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국가가 아니라는 얘기다. 헤드헌팅 업체인 브리스크&영의 정유민 사장은 "정부가 그동안 어느 분야에 몇 명을 확보했는가와 같은 양적 목표 달성에 중점을 두고 일회성 정책을 펴다 보니 지원이 끝나면 해외 인재들이 대부분 떠났다"며 "유치에만 매몰돼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외국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공들여 유치하고도 제대로 활용 못해=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유치정책으로 국내 체류 외국 전문인력은 2009년 4만627명에서 지난해 4만9,706명으로 22%가량 증가했다. 이 중 영어강사 2만30명과 연예·예술인 4,940명을 제외하면 대학 교수, 연구원, 기업 임직원 등 실제 고급인력은 2만5,000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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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늘고 있지만 이들의 체류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영주자격 신청에 필요한 국내 체류기간을 기존 12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등 다양한 우대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가 없다. 6월 현재 38명이 체류하고 있는 기업 고위임원 가운데 23명의 체류기간은 3년 이내이고 경영지원 관리자 204명 중 5년 넘게 체류하고 있는 사람은 30명에 불과하다. 박소라 커리어케어 수석 컨설턴트는 "통상 계약기간 2년 동안 근무했다면 처음 6개월은 적응기이고 나중 6개월은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이라며 "거액을 들여 영입한 외국 인력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인력의 경우도 장기 체류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일례로 정부가 2008년부터 7,000억원을 투입해 추진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연구기관(WCI) 사업으로 총 583명의 과학기술 분야 석학과 연구자를 유치했지만 현재 잔류 인원은 79명에 그치고 있다. 김진용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기존 해외 인재 유치사업과 제도가 대부분 일회성으로 추진되면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과창출에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친화적 시스템 부족이 원인=전문가들은 해외 우수 인재들이 장기 체류하지 못하고 조기에 이탈하는 것은 외국인 친화적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많이 한다. 우선 교육·의료 등 장기 체류를 위한 기초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 정부가 우수 외국 교육기관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학교의 경우 인천 송도, 제주 등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 외국인 학교도 전국적으로 2012년 기준 49개로 이 중 32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비수도권 지역 외국인의 경우 이용하기가 어렵다. 외국인 학교의 비싼 학비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 대기업의 해외 인력 채용 담당자는 "외국인 학교의 연간 학비가 최소 2,500만원 수준으로 일부 기업에서 지원해주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국내 기업과 대학·연구기관 등이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면서 이들의 기술습득에만 몰두할 뿐 경력 증대나 관리에 대한 관심이 적은 데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활동이나 연구·교육 등 영역별로 필요한 인재의 수준과 활용 목적에 맞는 성장단계별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국내 유입과 장기 체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용화 유앤파트너스 IT 부문 대표는 "정부는 들어온 해외 우수 인재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을 통해 이들이 기업을 떠나도 차후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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