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불투명 삼성 등 3사 매출목표확정 고심/시장살릴 호재없어 업계 “저성장시대 예고”「가격하락의 끝은 어디인가요.」
새해를 맞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반도체 3사의 경영기획팀은 지난해초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메모리반도체가격이 올해는 어느 선까지 떨어질지, 아니면 현수준에서 옆걸음질할지에 대해 전망 아닌 전망을 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9일 『지난해에는 가격예측이 터무니없이 빗나가 당초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올해도 시황이 워낙 불투명해 「점을 친다」는 심정으로 가격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3사의 주력제품인 16메가D램(정상계약기준)가격은 지난해 11월 개당 10달러선이 붕괴된 뒤 현재 8.5달러에서 9달러 수준. 일부 제품은 5달러까지 곤두박질했다. 한때 40달러이상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은 이제 먼 옛날 얘기가 됐다. 업계는 주력제품이 64메가D램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16메가D램가격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그 하한선이 어디일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하는데 반도체는 날개가 없는 것일까.
가격전망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반도체 3사는 올해 경영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연말이나 연초에 수립했던 살림살이를 올해는 보름이 지났는데도 매출목표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3사 경영기획팀의 분석 결과 올해 16메가 D램의 평균가격은 7달러선. 하지만 이는 기대섞인 전망치다.
최악의 경우 5달러선이 무너지면 기업들의 채산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올해 세계 D램 시장 규모가 2백12억 달러로 지난해의 2백46억달러에 비해 13.9% 가량 감속성장할 것으로 세계반도체통계기구(WSTS)는 추산하고 있다.
이에따라 반도체업체들은 16메가D램 중심생산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64메가D램 생산설비를 크게 확충하고 있지만 16메가D램이 여전히 올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개당 60달러선인 64메가D램은 40달러까지 떨어지는 올해말께나 가야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말해 올해는 어쨌든 16메가D램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할 판이지만 가격과 시황이 워낙 좋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가격하락은 가뜩이나 침체된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백78억6천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를 수출했으나 올해 수출은 1백90억 달러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해온 반도체가 올해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여 무역수지 적자개선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해의 반도체쇼크가 본격적인 반도체 저성장시대의 예고편이라는데 있다. 컴퓨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윈도 95가 시장진입에 성공하지 못한뒤 D램시장을 살릴 만한 호재가 변변치 못하다.
WSTS는 내년부터 D램 시황이 살아나겠지만 오는 99년의 시장규모(3백86억달러)가 지난 95년 수준(4백8억 달러)만도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볼황을 극복하기 위한 반도체업체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세계반도체업체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김희중·한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