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모래바람'에 움츠러든 한국경제

국제원자재값 상승으로 1월 경상흑자 10분의 1로<br>원화 약세로 인플레·외국인 이탈 가능성<br>리바아發 유가 상승분 반영땐 적자 전환


중동의 모래바람이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다. 농산물에서 파생된 '애그플레이션'과 어류 수급 불균형에서 발생한 '피시플레이션' 등 가뜩이나 물가급등으로 고심하는 상황에서 중동발 정세불안이 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값을 부채질하며 경상수지가 흑자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과도한 원화약세를 유발해 인플레이션과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을 불러 개방경제인 우리에게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경상수지 동향을 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여행 증가로 2억3,000만달러 흑자에 그쳤다. 전달(21억1,000만 달러)에 비해 거의 10분의1 토막이 난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3월부터 지속된 흑자를 이어갔지만 내용을 보면 흑자행진이 멈출 시간도 머지 않았다. 상품수지는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흑자가 전월의 36억8,000만달러에서 16억3,000만달러로 반토막났다. 전월보다 수입이 16억5,000만달러 늘어난 탓이다. 문제는 정작 리비아발(發) 유가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원유 도입을 장기계약으로 하기 때문에 1, 2월에는 최근 유가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고유가가 진정되지 않으면 경상수지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중동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불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했고 한은이 이날 발표한 지방물가도 4.2%로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중동사태 장기화로 유가상승이 지속될 경우 선진국의 경기위축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는 수출감소와 물가상승이라는 두 개의 벽에 동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유가급등으로 한국의 경상수지가 가장 먼저 축소될 것이며 이는 원화약세,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서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하면 원화약세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폭되고 원화가치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이 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후 대책을 내놓기보다 선제 대응이 절실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가격통제만으로는 고유가로 인한 고물가를 잡기 힘든 만큼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금리를 올려 총수요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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