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여인? 흉내 내기보단 우러 나와야죠"'박채림'이 '채림'이 되었을 때 그녀는 달라져 있었다.
데뷔작 '짝'에서 보여준 귀엽기만 한 이미지는 사라졌고 싹둑 자른 커트머리의 채림(22)은 솔직하고 건강한 신세대 여성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의 말대로 이름자 하나와 함께 아역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던진 셈이었다.
뿐인가. 당당히 할 말을 하는 이 카이스트 공대생 역에 신세대들은 넋이 나갔다. 그리고 '사랑해 당신을' 이나 '이브의 모든 것' '여자만세'등 이어지는 드라마에서도 채림은 밝고 씩씩한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켜 왔다.
오는 13일부터 '호텔리어'후속으로 방영될 수목드라마 '네 자매 이야기'(극본 오수연ㆍ연출 이진석)'에서 그가 맡은 역할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채림은 아버지의 의원을 이어받기 위해 의대에 진학한 인턴 '유진' 역을 맡았다. 벤처인, 뉴스 앵커, 비행기 조종사 등 예전 역할과 비슷하게 이번에도 당당한 전문직 여성이다.
황수정, 안연홍, 한재석, 김찬우 등이 함께 출연, 네 자매의 사랑과 인생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기도 하다.
"둘째 딸인 유진인 똑 부러지는 성격이예요. 제 성격과 비슷한 점이 많아 연기하고 있음 속에서 무언가 끓어 오르는 걸 느껴요"특유의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채림은 역시 선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뿐인걸까. 이젠 연기 변신이 화두가 될 법도 한 시점이지 싶었다.
"성숙한 여인이라. 흉내내는 것 보다는 자연스럽게 제 내면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요. 타고난 제 성격이 어디 가겠어요?" 상큼한 미소속에선 왠걸 벗어던진 줄 알았던 귀여움도 묻어 나온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고교생 미혼모 역으로 나왔던 '딸의 선택'이나 벤처 인으로 나왔던 최근 작 '여자만세'속의 그녀 모두 이런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남의 시선을 인식치 않는 당당함과 이웃집 여동생 같은 귀여움. 이 두가지 모두 채림이 간직한 이미지다. 그리고 그는 어느 것 하나 섯불리 벗어 던지지 않고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영민함과 긴 호흡을 갖춘 듯 보였다.
또 있다.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준 이진석 PD에 대한 감사로 이 감독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는 의리 역시 채림이 지닌 요소다.
'개성을 가장 잘 살려 주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던 모 드라마에까지 출연한 이유를 많은 사람들은 이에서 찾는다.
영화는 안 하나? 소위 '뜬 이후'그는 줄곧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몰려드는 시나리오를 멀리 하는 신중함도 보여 왔었다.
이미 데뷔 8년차인 채림. 어쩌면 그는, 깔수록 알 수 없는 양파처럼 볼수록 맛나는 배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