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참을만큼 참았다" 불만 폭발

감세철회… 가격인하 압박… 동반성장 강요…<br>■ 재계 거침없는 발언 왜…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샤롯데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5단체장의 첫 상견례 자리지만 어색한 정적만 흘렀다. 박 장관이 고개를 가슴팍까지 숙이며 깍듯이 인사를 했지만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박 장관의 재무부 선배이자 현 정권 인수위원회 멤버로 호흡을 맞췄던 사공일 무역협회장만이 반갑게 답례를 했을 뿐이다.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던 허 회장은 박 장관의 모두발언에 이은 인사말에서부터 작심한 듯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불만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그는 "오늘날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작금의 법인세 인하 철회 움직임 등에 직격탄을 가했다. 그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정치권의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정치권과 각을 세웠다. 그동안 재계에서 꾸준히 요청했던 법인세 인하를 정치권이 틀어버리려 하자 재계가 참았던 불만들을 연일 표출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경제단체장들은 세법 개정안이 일관되지 못한 세수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3일 경북 구미시 송정동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회의'에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하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와 반값 등록금 등은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며 정치권의 포퓰리즘정책을 꼬집었다. 그동안 좀처럼 공개적으로 정부정책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지 않던 재계가 이처럼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정부는 대기업을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연출하며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강요해왔다. 한편으로는 공정협약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듯하면서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의 조사로 강한 압박을 해온 게 사실이다. 급기야 3월에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에 이건희 삼성 회장이 "들어본 적이 없다"며 강력 반발하면서 동반성장을 둘러싼 갈등이 1차 폭발했다. 청와대의 진노가 전해지면서 이 회장이 사과를 하는 것으로 봉합은 됐지만 여전히 갈등은 증폭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에 더해 물가안정을 위해 재계에 기름값 및 통신료 인하 등 종용하며 기업의 희생을 요구해 기업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정유사와 통신사들은 결국 손실을 보거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성위는 중소기업적합업종을 만들면서 두부ㆍ레미콘 등을 놓고 대기업의 사업 철수를 강제할 태세여서 대기업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허 회장이 "창의적이고 근면한 근로자에게 희망을 주고 활발하고 자율적인 기업경영이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은 각국 정부가 마련해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속에서 실적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이들과 경쟁해야 할 우리 기업들은 오히려 발목을 잡히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재계에서도 더 이상 참을 수는 없는 만큼 정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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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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