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위기는 반복된다


'화이트 스완'. 반복되는 위기로 충분히 예측 가능하며 예방할 수 있지만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하는 위험을 뜻한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위기의 경제학'이라는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역사적으로 되풀이되는 금융위기를 지칭하기도 한다.

화이트 스완의 전조인가. 중국 증시가 연일 급락하며 세계 경제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다행히 안정을 되찾았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25%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메가톤급 악재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임박해 있다. 금리 인상의 시기와 정도에 따라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 자본의 유출과 1,13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에 이른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며칠 동안 한반도를 초긴장 상태로 내몰았던 북한 리스크는 일단 멈췄지만 아직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 순풍보다는 역풍이 더 많은 상황이다.


나라 밖에서 불어오는 태풍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부에서 조금씩 균열을 보이는 경제의 기초체력이다. 둑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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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질 때까지는 균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갈수록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위축되는 소비와 투자, 불어나는 가계부채, 디플레이션 우려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힘겨운 상대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바닥을 기는 내수와 수출 감소세가 한때의 위기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확대 재정, 금리 인하라는 단기처방과 함께 구조개혁이라는 장기처방을 병행하며 3%대 성장률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과거 경험을 보면 인위적인 돈 풀기는 결국 미봉책으로 귀결되고는 했다. 경제의 토대를 바꾸는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단기처방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빚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과도한 빚잔치의 결과는 경제 파국이다. 한국 경제를 현재의 위기에서 구해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는 방법은 결국 장기적인 구조개혁과 경제의 주축인 기업들의 혁신이다.

이번 위기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로서는 숨을 죽이고 지켜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위기가 가도 또 다른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길을 가고 있다. 경제의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과거처럼 위기에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위기에 미리 대응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화이트 스완은 다시 나타날 것이다.

김정곤 경제부 차장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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