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합그룹/끊임없는 국산화 노력 「독립정신」 투철(재벌)

◎구조재구축공장 등 자체기술로 건설/국내 유일 화섬플랜트 수출업체 부상「독립정신」 90년대 들어 부쩍 성장한 고합그룹의 성장사에서는 「잡초」와 같은 생명력과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섬유산업을 통한 국민경제에의 기여」라는 창업의지를 바탕으로 장치혁 회장이 지난 66년1월 모기업인 (주)고합(구 고려합섬)을 설립한후 국내 3대 화섬메이커로 자리잡기 까지 고합은 철저히 홀로서기의 길을 걸어왔다. 적수공권으로 시작, 모든 기술적인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여기서 쌓인 노하우로 현재 고합은 국내 최대 화섬플랜트 수출업체로 부상했다. 국내 화섬업체들의 대부분이 일본의 기술을 거의 대부분 의존하며 성장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독특하다. 「독립정신」은 바로 이같은 성장과정을 통해 각인된 고합의 가장 돋보이는 기업문화다. 고합은 66년 차관 1백80만달러로 경기도 의왕시에 폴리프로필렌 단섬유공장을 세우면서 섬유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폴리프로필렌 단섬유는 쉽게 말해 이불솜이다. 고합은 일본으로 부터 폴리프로필렌 수지를 수입, 이를 섬유로 뽑아 「해피론」이라는 브랜드로 판매, 호평을 받았다. 이 공장은 기술제공자인 일본측이 비싼 로열티를 요구하고 기계설비비 역시 지나치게 비싸게 받았다. 『우리 스스로 기술개발은 불가능한 것인가. 기계를 자체 제작할 수 는 없는 것일까.』 문제의식을 갖고 장회장은 곧바로 공장 2라인 증설공사에서부터 기술자립을 꾀했다. 마침내 자체 기술로 만들어낸 신제품 해피론 이불솜을 일본으로 역수출하며 사세를 더욱 확장할 수 있었다. 고합은 이어 국내 최초로 나일론 중합공장의 국산화에 도전한다. 화섬생산 기술은 사실상 정밀화학분야에 해당할 정도의 고급기술. 당시 국내 선발화섬업체들은 이같은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한일 합작회사를 설립, 기술을 이전받는 식이었다. 코오롱은 도레이사, 선경인더스트리는 데이진사가 합작파트너였다. 또 초창기 선발업체들은 공장을 증설할때 일본 기계업체에게 설비를 모두 턴키방식으로 공급받아 자체기술 없이 건설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고합은 워낙 공장규모가 큰 만큼 실패할 경우 회사가 흔들리는 대모험을 각오하고 나일론 중합공장 국산화를 시도했다. 고합은 73년 일산 30톤규모의 나일론중합공장과 일산 20톤규모의 나일론 장섬유 공장을 건설했다. 당시 일본 유니티카사로부터 기초기술만을 전수받은채 상세설계외 기계 제작등 90% 이상을 국산화했다. 『어떤 대기업도 못한 일을 중소기업이 이뤄낸 것』이라고 장회장은 회상한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사실을 듣고 정부기관 관계자들과 기업체 대표들에게 고려합섬 안양공장을 견학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룹 관계자는 『실제 일본등 외부에 엄청난 로열티를 지불할 여력이 없어 국산화에 나선 것이지만 사업초기는 수업료도 많이 들어갔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우리 힘으로 할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어냈다. 고합은 이어 80년대 후반 다시한번 독립정신을 시험한다. 국내외에 전혀 설립된 적이 없고 구상조차 없던 재구축공장 개념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원료에서부터 생산, 물류, 제품출하, 판매까지 전 공정을 최고의 효율성을 갖도록 공장을 재배치하고 자동화한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제품의 수요자인 직물업체에 대해서도 설비를 통일시키고 작업지시를 똑같이 해 다운스트림의 제품까지 조절토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판매를 고합이 맡음으로써 협력업체들의 안정된 경영을 유도한다는 당시로선 「꿈같은」계획이었다. 고합은 87년 이같은 개념의 공장 건설을 구상, 89년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96년 1월 창립 30주년을 맞아 1단지를 준공했으며, 올해 2단지 공사를 마무리 짓게된다. 이 대규모단지 건설도 물론 고합의 자체 기술로 진행됐다. 공장을 건설하면서 터특한 노하우는 자체의 건설원가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동남아등 해외에 기술과 플랜트를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지난 85년 2월 국내 함섬플랜트 수출1호를 기록하면서 동남아, 인도에 플랜트를 수출했다. 해외에서는 고합의 플랜트에 대해 『가장 값이 싸면서 조작이 쉽게 설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합 관계자는 『풍부한 자체 제작기술 경험을 갖고 있어 일본등 다른 업체들이 한 트럭분에 달하는 설계 서류를 준비하는데 반해 우리는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서류만으로 해외 수요자들을 설득, 주문하게 한다』고 자부한다. 오로지 로열티가 아까워 자체 기술을 개발했던 것이 지금와서는 화섬업체중 유일하게 화섬플랜트를 수출하는 회사로 변모시킨 것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보자는 고합의 정신은 장치혁회장의 경영철학에서 출발한다. 장회장은 「협력경영에 의한 창취」라는 경영철학과 함께 「창의·끈기·성취」라는 경영이념을 즐겨 강조한다. 창취란 「창조해서 얻는다」는 뜻으로 올바른 기업경영은 경쟁기업의 몫을 빼앗는 과정이 아니라 협력경영을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한 뒤 서로 더 큰 부를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장회장은 특히 창취와 협력경영을 위해서는 우선 기업스스로가 강한 경쟁력을 가져야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사업파트너와 협력경영이 아니라 종속경영의 길을 걷게 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 사고와 성공을 위한 집요한 노력(끈기) 등이 요구된다. 고합은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동종업계의 평가도 이같은 정신에 연유한다. 이런 의미에서 고합의 지난 30년은 강한 경쟁력을 갖기 위한 과정이었으며 앞으로 초일류기업과의 협력경영을 위한 기반을 닦는 시기였던 셈이다. 자립정신이 강한 고합의 문화는 장 회장의 가계와 무관하지 않다. 장회장의 선친은 민족주의 사학자인 산운 장도빈 선생이다. 산운 선생은 대한매일신보의 논설주필로 활동했고 항일독립단체인 신민회를 만들어 민족계몽운동과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산운선생이 일제의 감시 때문에 소련과 중국에서 오랫동안 망명생활을 했기 때문에 장회장은 부친을 가까이 접하기가 어려웠지만 민족적인 기질은 그대로 물려받았다.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한후 자체 기술 개발에 목말라했던 것이나 부동산이나 서비스업에 투자하지 않고 오로지 제조업과 수출에 승부를 거는 사업관은 이같은 정신적인 바탕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중국, 러시아등 북방지역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재계 북방통으로 알려진것 등이 민족주의적 기질 때문이다. 고합은 자수성가한 대부분 기업에게 보이는 배타성과 총수의 카리스마적 경영스타일을 극복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계 24위에 오른 그룹답지 않게 경영의 짜임새가 부족하고 외부의 시선에 극도의 예민반응을 보이는 것등 자립정신의 부정적인 이면이 발견된다는 지적이다. 조직에 의한 경영, 경영기법의 고도화를 통한 관리능력의 제고여부가 고합의 새로운 30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문주용>◎세계로 가는 고합/중·독 등에 새사업 거점/올해 해외부분 매출 198% 늘릴 계획 「세계경영의 해」 북방지역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고합그룹이 올해는 북방뿐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한 진출을 적극 추진한다. 세계경영은 고합의 경영모토로 등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조직에서 나타난다. 주력사인 (주)고합내 전략경영본부를 발족했고, 설비사업부도 확대했다. 이중 전략경영본부는 세계경영의 밑그림을 그릴 핵심부서. 고합 관계자는 『중역급 1명, 부장급 2명등 10명여명으로 정예멤버로 전략경영본부를 구성, 해외 현지공장과 법인에 대한 중점관리와 해외사업에 대한 기획및 금융조달등의 업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은 특히 전략경영본부를 상반기까지 정상화한 뒤 하반기에는 그룹차원의 조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고합은 최근 고합물산의 방상길사장을 유럽지역 사업을 위해 유로홀딩사 대표로 겸직 발령하기도 했다. 고합이 올해 추진할 세계화사업은 ▲1억달러규모의 인도네시아 합섬복합단지 ▲1억달러규모의 중국청도 복합합섬단지 ▲남미지역의 복합합섬단지등이다. 또 지난해말 1백% 지분을 인수한 독일 BASF마그네틱스사(EMTEC 마그네틱스로 개명)의 그룹편입 작업을 시작, 유럽진출의 근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해외부문의 매출은 최근 인수한 바스프마그네틱사의 매출 9천억원을 포함, 올해 5천3백억원보다 1백97.8% 늘린다는 방침이다. 인재교육의 초점도 세계화 요원 양성에 맞춰져 있다. 그룹 관계자는 『특정분야에만 뛰어난 인재가 아니라 모든 분야, 세계 어느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수행할 전천후요원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94년부터 3년차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30명씩 선발, 국내 2개월, 캐나다등 해외 3개월코스로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신입사원에게도 해외연수를 실시, 현지 시장조자, 생활습관등을 체득토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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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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