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단에서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의 생존게임이 시작됐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5~7%인 이른바 '회색지대'의 저축은행들은 이달 말이면 경영성적표가 공개되기 때문에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이들을 돕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회색지대에 있는 저축은행들은 경영간섭이 예상되는 공적 자금을 쓰거나 대대적인 경영쇄신방안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칼날 피한 저축은행 생존 몸부림=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는 이날부터 한 달 동안 저축은행들로부터 금융안정기금 지원신청을 받는다. 금융안정기금은 정상 금융사의 자본확충 등을 돕기 위한 공적 자금이다. BIS 비율 5~10%로 회색지대에 있는 저축은행이 지원 대상이다. 저축은행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은 오는 12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후순위채권 매입 방식은 11월 중, 이보다 시간이 걸리는 상환우선주 매입 방식은 이르면 올해 안에 가능하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금융안정기금 사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상당수는 이를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실제 저축은행의 이용보다는 자본확충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있다는 것 자체로 시장에 안정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BIS 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아니라면 배당 및 급여 제한, 영업위축 등이 예상되는 공적 자금 사용을 꺼릴 것"이라며 "금안기금을 이용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자체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이 BIS 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인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기존 고객들을 유지ㆍ관리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2월에 이어 2차 구조조정이 끝났지만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은 지금부터가 문제"라며 "저축은행들이 영업력 확충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이익을 많이 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예 받은 저축은행들도 고민=BIS 비율 5% 미만이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경영진단에서 조건부 합격 판정을 받은 저축은행들도 자구노력 이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6개월에서 1년까지 시간을 벌었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자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이들 중 추가로 문을 닫게 되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정상화 유예 판단기준이 예전보다 매우 강화됐기 때문에 이들 저축은행의 경영상황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만간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6개 저축은행은 대부분 정상화할 것"이라며 "시간만 있으면 되는 곳들이기 때문에 괜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