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날뛰는 테마주 이대론 안된다] 금융당국에 통화내역 조회·계좌추적권 부여를

<하> 차단막을 높여라<br>수법 갈수록 교묘해져<br>작전세력 대처에 한계<br>감독 인력도 확충해야



금융감독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 테마주를 이용한 불공정 세력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 감독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융감독시스템으로는 테마주 작전세력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금융감독원에 통화내역 조회나 계좌추적권 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공정거래 행위로 검찰에 고발되거나 통보되는 사례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적발 건수는 152건으로 2010년(138건)보다 10% 이상 늘었다. 올해도 5월 현재 108건에 달한다. 대통령 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연말에는 지난해 건수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검찰 고발 등으로 이어지는 죄질이 나쁜 불공정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 가운데 검찰 고발은 95건으로 통보 사례(59건)의 두 배가량에 달했다. 지난 2009년까지는 통보 건수가 고발보다 많았으나 2010년을 기점으로 역전됐다. 올해도 검찰 고발 건수가 91건으로 통보(17건)의 다섯 배를 웃돌고 있다.


문제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증가하며 날로 지능화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 방식은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작전세력들은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ㆍ차명계좌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범죄가 지능화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초보적인 감독에 머물러 있어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금감원은 외국 금융감독기관과는 달리 여전히 '통신비밀보호법'에 막혀 기본적인 통신 사실이나 이메일 기록, IP주소 등을 확인조차 할 수 없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경우 소환장이나 영장에 의해 통화기록 확보가 가능하다. 영국 금융청(FSA)과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통신기록을 조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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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금감원은 금융실명제법 때문에 포괄 계좌 추적권이 없고 차명계좌 제공자에 대한 처벌 역시 불가능하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작전세력은 짧은 기간에 치고 빠지기식의 불공정거래를 일삼고 있지만 감독 과정에서 이를 증명할 통화기록 조회나 이메일 기록, IP주소 확인 등이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혐의 입증이 어려운 불공정거래 사건이 늘고 있어 평균 조사기간도 2010년 131일에서 지난해 170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도 해외 감독기관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금감원의 조사인력은 2개 부서 83명으로 미국 SEC(1,200명)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보다 확실한 감독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통화내역 조회 등을 위한 관련 법규 개정이 절실하다"며 "미국 SEC와 같이 전체 인력의 32%가량이 조사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인원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SEC의 전체 인원은 3,800명으로 이 중 1,200명은 조사 업무를, 800명가량이 검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 기업공시 업무(500명)와 시장감독 업무(200명) 등에 인력을 운영 중이다.

한 학계 관계자는 "감독 방식의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다만 공권력을 민간기관에 준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독 방식을 바꾸는 것과 함께 법적 처벌을 현실화하는 작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부당 이득을 환수하고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처벌을 강화해야 불공정거래 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2009년부터 2011년 적발된 불공정거래 행위 등 내부자 거래 사건에 대한 평균 형량은 징역 30개월로 2000년(18개월)보다 크게 늘었다. 2009년 매도프 폰지 사건이나 지난해 발생한 라즈 라자라트남(Raj Rajaratnam) 헤지펀드 대표 내부자 거래 사건 등 대형 사건에 대해서는 11~150년의 징역형과 재산 몰수,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 같은 강한 처벌을 하고 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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