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동북아 정세가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한중관계 강화를 못 마땅해 하는 주변국들의 시선과 동북아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국 간 패권 싸움이 맞물리며 주변국들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시 주석 방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한중 공조체제 '흔들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북한이다. 북중관계는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시 주석 취임 이후에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시 주석 방한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300㎜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한 것은 한중 양국에 보내는 일종의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29일 스커드 계열의 사거리 500㎞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지난달 26일에는 사거리 190㎞가량의 방사포 추정 발사체 3발을 각각 발사하는 등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도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남북관계나 대외관계를 염두에 두고 시기를 조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는 등 정부는 북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군사적 긴장완화를 촉구하는 특별제안을 내놓는 등 한중 간 공조에 균열을 내기 위해 강온전략을 병행하고 있어 정부의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반도 안정을 중요시하는 중국이 남한에 일방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펼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외교전술은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을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또한 한중관계 강화에 불쾌해하고 있다. 특히 3일 한중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고노담화 훼손 움직임과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나올 경우 동북아 3국 중 일본의 고립은 한층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이 우경화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형태로 한중의 압박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집단자위권 각의 결정과 관련해 방위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납치자 문제 협상 등으로 북일관계가 강화되는 것 또한 한중관계 강화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이러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며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 압박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이 조금 더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북중을 동시에 압박하는 모습도 보인다. 무엇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하는 것은 이 같은 대중압박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집단자위권과 관련한 일본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한다"며 "이는 일본 자위대의 광범위한 작전 참가를 가능하게 하고 미일동맹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일본의 집단적 자위 추진권에 대해 "일본이 전쟁 후 걸어온 평화발전의 길을 바꾸려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한국 도입을 추진하며 우리 정부에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진핑 방한을 앞두고 북핵 문제, 일본 과거사 문제, 통일 문제 등과 관련해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외교적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