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두근두근 내인생' 베스트셀러 3위 진입 계기<br>김석순·김혜나·윤고은 등 실력파 젊은 작가들 부상<br>좌절·박탈감 등 소재로 20∼30대에 인기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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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점가에서 80년대에 태어난 젊은 작가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펴냄)'이 출간 두 달 만에 10만부 이상 팔린 김애란(31)을 비롯해 80년대 태어난 실력파 젊은 작가들에게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지난주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김애란의 '두근두근…'은 3위를 차지했다. 올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장편 '철수 사용 설명서(민음사 펴냄)'의 전석순(28), 지난 해 장편 '제리(민음사 펴냄)'를 통해 문단에 이름을 알린 김혜나(29), 2008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장편 '무중력증후군'과 올해 이효석문학상을 받은 단편 '해마, 날다(문학의숲 펴냄)'를 펴낸 윤고은(31) 등도 자신들이 직면한 사회 현실에 천착한 작품들을 쏟아내며 새로운 작가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주말 예스24가 마련한 문학캠프에서 이들 젊은 작가 3인방은 '젊은 작가가 바라보는 오늘날의 청춘'이란 주제로 200여명의 독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철수 사용 설명서'에서 철수는 평균적인 삶을 사는 29살 대한민국 청년에게 붙여진 보통명사다. 효능과 효율을 강조한 나머지 인간을 가전 제품처럼 취급해 규격화된 성능과 양식을 요구하는 사회, 고장 나면 망설임 없이 폐기 처분하는 사회에 대한 고발장이기도 하다. 전석순 작가는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지만 청탁받은 문예지가 전무해 졸업 후 꼬박 2년 동안 춘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설을 썼다. 지난 7월 출간된 이래 1만부 이상 팔리며 신인 작가로는 이례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김혜나의 '제리'는 치명적인 성애 묘사를 통해 이 땅의 모든 불우한 청년들의 벌거벗은 삶을 그려낸 성장 소설로, 작가의 자전적인 삶을 투영했다. "희망을 가질 기회조차 없는 20대에게 이 소설을 통해 내 경험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혜나의 소설은 출간 후 1년여동안 3만부 가량 팔렸다.
윤고은의 '해마, 날다'는 대학 졸업 후 1년을 구직 활동으로 보낸 여주인공이 68번째로 이력서를 낸 회사에 마침내 취직이 되지만 한 순간에 해고당하기까지 과정을 그린 단편 소설이다. 이밖에 '나의 블랙 미니 드레스'와 '에어포트 피크닉' 등을 펴낸 김민서(26), 지난 해 단편 '영이'를 출간한 김사과(27), 문학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며 '직녀의 일기장', '팬이야' 등을 출간한 전아리(25) 등 20대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 편집인은 황석영ㆍ이문열ㆍ최인호 등 중견 작가군, 김영하ㆍ공지영ㆍ신경숙 등 386세대 작가군이 기존 문단을 형성했다면 최근에는 '88만원 세대' 혹은 '루저 세대'로 일컬어지는 20대~30대 독자층에 어필하는 작가군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고 풀이한다. 장 편집인은 "이들 젊은 작가군이 청년 실업이나 사회적 좌절 등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로서 깊이 공감하면서 글을 통해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거나 세상의 모순을 폭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들 작가군은 이문열, 김승욱, 장정일 등 20대 문학을 주도할 당시 젊은이의 방황과 무기력을 그렸던 선배 세대와는 차별화된 개성을 갖고 있다. 강유정 문학평론가는 "신세대 작가들은 사회 현실을 심각하게 그려내기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을 통해 농담의 코드로 희화화하는 20대 특유의 여유로 20대 문학의 개성을 표현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경험의 폭이 넓지 않아 20대 문제를 벗어난 소재에 대한 접근이 아직까지 제한돼 있는 만큼 작가적 상상력을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진희 은행나무 편집주간은 "2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손쉽게 선택하다 보니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비루한 현실이나 성(性)과 사랑에 대한 작품이 대부분"이라며 "상상력을 통해 작품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다양한 소재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