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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3월은 12월 결산 상장기업들이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이른바 '주총 시즌'이다. 대부분의 정기주총은 한 해 동안 노력한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하고 재신임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왔다. 그런데 주주총회에 무관심한 주주를 대신해 기업들의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의결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게 해주던 '섀도 보팅 제도'를 올해부터 폐지하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몇몇 회사들이 감사를 불가피하게 재선임하는 등 한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해 섀도 보팅 제도 폐지가 3년간 조건부로 유예됐지만 2017년에 다시 기한이 도래했을 때 주주 참여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는 또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
기업이 한 해를 결산하고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는 정기 주총이 제도적 문제로 장애가 발생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주총 결의가 어렵게 된다면 이는 곧장 기업과 경영진을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영진은 회사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앞뒤·좌우를 살피며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따라서 1년간의 경영성과에 대해 주총에서 승인 받고 운영방향을 결정해야 하는데 정작 의결권 규제가 발목을 잡아 1년간 경영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낭패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주주총회 의결방법의 개선이다. 현행 결의요건은 참석 주식 수 중 찬성 주식 수가 과반수(또는 3분의2 이상)이어야 하고 동시에 그 주식 수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또는 3분의1)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주주로서의 권리·의무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주주들까지 고려하는 것은 과도한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외국의 입법례를 참고해 주주총회에 실제 참여한 주주만을 기준으로 의결정족수를 산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둘째, 감사 선임에 있어서 3% 의결권 제한의 개선이 필요하다. 감사의 독립성은 반드시 확보돼야겠지만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한 대부분 상장회사에서는 3%룰 때문에 감사 선임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셋째, 주주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전자투표와 위임장 권유가 섀도 보팅 폐지 유예와 연계돼 올해부터 본격 활용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실제 성과를 확인해보고 제도적·실무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편의성을 다각도로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주주총회는 회사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므로 결의가 무산되는 경우 회사와 주주에 끼치는 불이익이 크다. 따라서 기업들이 제도적 불합리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주주들 역시 주주로서의 기본 권리이자 의무인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기 바란다. 기업 성과를 결산하는 주주총회에서 또 다른 성장과 도약을 이뤄낼 수 있도록 경영자와 주주 모두 회사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모습들이 만개하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