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알맹이 없는 장밋빛 청사진" 불신만 키우는 아베노믹스

공공사업 규제완화 통해 10년간 연3% 이상 성장 목표<br>고용개혁 등 근본 처방 빠져… 닛케이지수 3.8% 폭락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공공사업 분야의 규제개혁과 민간자본 활성화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을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3% 이상씩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성장전략 3탄을 발표했다. 이로써 아베 총리 스스로 '아베노믹스'의 중심이라고 강조하며 일본경제 회생의 성패를 걸었던 성장전략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날 성장전략에는 일본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근본 처방으로 꼽혔던 고용시장 유연화나 전력난 해소를 위한 원전 재가동 등 아픔을 동반하는 구조개혁안은 물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인세 감세안조차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맹이가 빠진 성장전략이 공개되자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3.83% 폭락해 1만3,000 붕괴 일보 직전까지 주저앉았다. 대규모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방안 등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었던 두 개의 화살과 비교해 눈에 띄게 초라한 아베 총리의 세번째 화살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도 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도쿄 등에 국제적 비즈니스 환경을 갖춘 국가전략특구를 설립하고 오는 2020년까지 일본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지난 2011년 대비 약 2배에 달하는 35조엔으로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성장전략을 공표했다. 전력ㆍ의료ㆍ인프라 등 공공 분야에 대한 규제개혁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10년 뒤에는 1인당 국민소득을 150만엔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규제개혁이 성장전략의 1번지"라며 "민간의 활력이야말로 아베노믹스의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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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세부안으로는 국가전략특구 내 주거지를 늘리기 위해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인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특구 내 외국인 의사의 의료행위를 허가하며 국제학교를 설립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인프라 정비사업에는 민간주도투자(PFI·Private Finance Initiative) 방식을 도입, 공공자금 부담을 덜면서도 향후 10년간 인프라 사업에 과거 10년의 3배에 달하는 12조엔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전력소매사업 자유화, 일반의약품의 온라인 판매 허용 등의 방안이 담겼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내용과 앞서 발표된 성장전략을 종합한 성장전략 완결판을 14일 각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아베 정부는 4월19일 여성과 젊은 인력 활용방안을 골자로 한 성장전략 1탄을, 5월17일에는 기업과 농업 활성화를 주축으로 한 성장전략 2탄을 각각 내놓은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또 6일 열리는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금융완화와 재정지출ㆍ성장전략 등 '세 개의 화살'을 토대로 202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 명목성장률 3%를 달성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전했다. 목표수치는 앞서 민주당 정권과 같은 수준이지만 아베 정권이 중장기 성장률 목표를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야심 차게 공개한 성장전략과 10년 뒤 일본경제의 장밋빛 청사진에 시장은 즉각 실망감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의 강연이 시작되면서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던 일본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오후 들어 폭락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518.89(3.83%)포인트 하락한 1만3,014.87로 마감했다.

발표내용이 앞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고용시장 개혁 등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빠진 상태에서 10년 뒤 장밋빛 수치를 나열한 아베노믹스의 목표가 불신감을 키운 탓으로 보인다. 일본종합연구소(JRI)의 야마다 히사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을 유지하기에는 (아베 총리의 성장전략이) 역부족"이라며 "고용시장 개혁 없이는 성장이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정부는 장밋빛 목표 수치를 들고 나왔지만 그런 목표치가 계획대로 달성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일본은행이 장기금리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일본 정부도 모든 경제활동을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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