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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친중 성향 단체들과 충돌하며 시위가 다시 격화되고 있다. 시민과 학생들이 정부와의 대화 취소를 경고했고 이에 맞서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폭력사태는 있을 수 없다”며 “월요일 이전 시위를 해산하라”고 경고했다.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의 공동대표인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상황이 몇 시간 내 급격하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일 몽콕, 코즈웨이베이 등 홍콩 시내 상업 중심지 시위현장 곳곳에서는 시위대와 시위반대단체들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6시 20분 경 몽콕역 앞에서는 한 시민이 “학생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외치며 시위대의 바리케이트를 치우며 이를 말리는 학생들과 충돌했다. 시위대들이 시민을 향해 “어디서 왔느냐” 라며 일제히 소리쳤고 경찰은 이 시민을 경찰차에 태우고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간헐적인 충돌이 이어지자 경찰은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차량통제를 해제하며 시위대를 한쪽으로 몰았다. 학생들의 “어디에서 왔느냐”는 외침은 반 시위대 시민이나 친중단체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에 보쉰은 이 날 중국 특무대 5,000여명이 홍콩에 잠입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반중 성향 단체들이 시위대를 공격하며 이 날 시위의 중심인 정부행정청사 앞은 지난 1일과 비슷한 규모의 인파가 몰렸다. 특히 주말을 맞아 다시 등장한 유모차 부대와 넥타이 아저씨들은 학생지도부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며 밤 늦게 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전날 밤 몽콕에서 시위대가 폭행당한 사건과 관련, 범민주파 입법회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중국계 폭력조직 삼합회가 조직적으로 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시위대의 분노도 다시 끓어 오르고 있다.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의 알렉스 차우 비서장은 “폭력 사태에 대해 정부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지켜보고서 대화의 여지가 남아있는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바리케이트 앞에서 경찰의 무장 진입에 대비하고 있고 경찰도 시위대 주변에 병력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양측의 긴장감은 지난 1일 국경절만큼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한편 이번 민주화 시위에 대해 중국에서는 ‘색깔 혁명(정권교체)’이란 분석이 나오며 강경 대응에 대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가고 있다. 이날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면 사설에서 “‘색깔 혁명’(정권교체 혁명)을 이루려 생각하는데 이는 백일몽일 뿐”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또 인민일보는 ‘센트럴 점령’ 시위는 불법수단으로 홍콩 기본법에 반하는 정치적 요구를제시하고 있다며 “민주와 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법치를 논하지 않는 민주는 오직 재난과 변란을 몰고 올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위 주동자들이 아무리 이번 시위를 ‘공민(민중)혁명’, ‘평화’, ‘비폭력’으로 미화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불법시위는 필연적으로 법치유린, 사회질서 혼란, 중대한 경제적 손실을 낳고 심지어 인명사상이라는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