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가 필요했는지 여부는 여러 정황을 두루 살펴 따져봐야 하며 함부로 가볍게 판단해선 안 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피해자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46)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운전자가 구호 등의 조치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는 사고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상해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구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측에서 구호가 불필요함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거나 기타 응급조치가 필요없다는 사정이 사고 직후 객관적이고 명확히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재판부는 “단지 피해자의 거동에 큰 불편이 없었고 외관에 상처가 없었으며 피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사후에 판명됐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가벼이 구호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19일 오전 8시20분께 인천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정차 중이던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피해 여성 운전자는 2주의 치료가 필요한 목뼈 염좌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차 수리비는 약 30만원이 나왔다.
사고 당시 이씨는 피해자에게 차량을 도로 옆으로 옮기자고만 한 뒤 명함을 주거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이후 이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디지털미디어부